[공기업 ESG 경영 평가] 29. 특허기술 헐값 후려치기… 평가역량 충분한 지 의문
인권경영·갑질근절 선언에도 뿌리깊은 고질병 해결 안 돼
김백건 기자
2022-04-12
허위 자료 제출 기업 17개 보증액 106억원… 회수율 69.9%
인권경영·갑질근절 선언에도 뿌리깊은 고질병 해결 안 돼
일부 직원 일탈 있었지만 부채 낮고 정상 경영 의지 높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원유·천연가스·원자재·식량이 줄줄이 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강화하면서 국내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들이 삶도 팍팍해져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기술보증기금(기보)는 신용보증기금(신보)·금융위원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러시아·벨라루스 등 수출통제 조치나 금융제재 적용 대상 국가에 진출했거나 수출·입을 하는 기업은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보증만기는 1년간 연장하고, 보증료율은 최대 0/8%P까지 면제해준다.

기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기보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특허기술 헐값 평가 논란 초래… 부패 규모 작지만 상환 노력 절실

기보는 2021년 11월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노사 공동으로 ESG 경영 선포식을 진행했다. 선포식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중소·벤처기업의 ESG 동반자’라는 비전이 포함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ESG 경영을 이끌어 갈 ‘기보-ESG 경영위원회’의 위원들은 각계 ESG 전문가로 외부위원 3명, 기보 임원 3명으로 구성됐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ESG 경영 헌장은 없지만 윤리경영은 윤리헌장과 행동강령, 활동 내역 등을 통해 확인했다. 2030년까지 ESG 경영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비전은 탄소중립·국민행복·공정세상이며 12대 전략과제를 수립했다.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보증하기 위한 체계 수립을 준비 중이다.

2021년 전 기보 지점장과 기업인이 유령 법인 25개를 내세워 260억을 대출받았다가 구속됐다. 이들은 유령 법인을 내세워 기술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은 담보가 없어도 보증서만으로도 은행 대출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보증 업무의 신뢰성을 해치는 행위다.

2019년 벤처기업 A사는 기보가 자사가 보유한 138억원 가치의 특허 기술을 1200만원으로 평가해 수출길이 막혔다고 주장했다. A사는 2017년 11월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기보에 특허가치평가를 의뢰했다. 평가결과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등급이었다. 반면에 서울시 강남소재 B특허법인이 평가한 A사의 특허기술 가치는 138억원이었다. 기보와 특허법인 중 어느 한곳은 특허를 평가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아 징계를 받은 기보 임직원 수는 12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기보가 국회에 제출한 ‘허위자료 제출기업 보증현황’ 에 따르면 허위 자료를 제출한 기업 17개사의 보증액은 105억63500만원이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73억7750만원으로 회수율은 69.9%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기보의 부채는 1조4206억원, 자산은 2조289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6.07%이다. 2020년 매출액은 3197억원이며 1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 규모가 다른 금융 공기업들과 비교해 적지만 정상적인 경영자라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처벌보다 비용효과 측면에서 안전경영 접근 필요… 5년 인권경영에도 갑질 근절 실패

2020년 기준 기보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284만원이었으며 무기 계약직 평균 연봉은 4116만원이었다. 무기 계약직의 보수액은 정규직 보수액의 44.33% 수준이다. 기보는 2020년 11월 부산광역시·부산은행·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중소기업·고령취업자 산업안전 혁신을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의 안전사고가 증가해 이를 방지·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노후 설비 교체, 안전 설비 도입, 안전 전문 인력 채용 등 안전사고 예방과 산업안전 혁신을 위해 1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50인 이하 사업장은 2024년까지 법적용이 유예됐다. 하지만 정규 직원의 숫자가 아니라 작업장에 투입된 인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글로벌 기업은 처벌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기업의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안전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기보도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안전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기보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한국판 뉴딜 기술보증 지원체계를 수립해 2025년까지 65조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할 계획이다. 녹색금융에 집중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기술을 개발·사업화하는 중소기업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기술평가시스템 외에도 탄소가치평가모형·기후기술평가모형을 별도로 개발했다. 녹색보증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기보는 2019년 노조·감사와 갑질 근절 공동선언을 했다. 선언문에는 직원들의 인권보호, 직장 내 괴롭힘·갑질 근절 노력, 피해발생 시 직원 보호·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기보는 2016년부터 ‘인권경영 선포식’을 통해 인권 기반 경영 의지를 밝히고 상담센터 등 관련 제도를 시행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 기술보증기금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2034년까지 에너지 혁신기업 100개 육성… 올 1조원 규모 기후대응보증 제공 계획

녹색보증사업 지원 대상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업·신재생 에너지 관련 제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정부가 신보·기보 등 보증 기관에 정책 자금을 출연하면 보증 기관이 정부 출연금의 7배수 규모의 융자보증을 제공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녹색보증 사업을 추진한 첫해에 330건 총 3643억원 규모의 보증서가 발급됐다. 2034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이상의 에너지 혁신기업 1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기보는 2021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탈탄소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제도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가 제안한 ‘중소기업 탈탄소경영 혁신 촉진 특별법’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이노비즈·메인비즈 인증과는 다른 인증 체계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도모델 개발정책을 핵심으로 중기부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 탄소중립 대응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탄소가치평가모델 등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보증상품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신보와 기보는 올해 1조원 규모의 기후대응보증도 제공할 계획이다. 

◇윤리경영 정착돼야 ESG 경영 시작 가능… 혁신 기술 평가 체계·역량 갖추려는 노력 필요

기보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기본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가 있었지만 부채도 낮고 정상 경영에 의지가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윤리경영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도입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Social)는 다른 금융공기업과 달리 낙후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직원들 간의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노력은 있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을 평가하는 전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혁신 기술을 평가할 체계나 역량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환경(Environment)은 크게 문제되지 않아 무시할 수 있는 위험에 속한다. 혁신기업을 육성하거나 녹색보증사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기술을 보증할 때 ESG 경영을 잘 실천하는 기업을 우대할 평가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자문하는 것에서부터 환경경영을 시작해야 한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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