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아스포라] 01. 디아스포라의 정의와 6가지 요건... 이재명정부의 이민정책 방향 분석 및 대안 제시
유대인 공동체를 지칭하다가 모든 이민자 공동체로 확대... 모국과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생존력 강화 추진
민진규 대기자
2026-05-18
2025년 1월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 기조에 반하는 관세전쟁과 반이민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북부 러스트벨트(Rust Belt)의 중산층과 저학력의 노동자가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이민청을 설립하고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2023년 재외동포청을 설립했지만 명확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전략조차 수립하지 못한 이민정책은 표류했다.

캐나다 정부는 2026년 들어 주택가격 상승과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대규모 이민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유럽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민자의 유입을 반대하는 극우파가 정권을 장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류는 태초부터 식량을 찾거나 자연재난을 피해 지유롭게 이동하며 살아왔다. 친·인척이 많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란 쉽지 않지만 처절한 생존과정을 거치며 살아남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는 엠아이앤뉴스(대표 최치환)와 공동으로 글로벌 이민자 공동체인 디아스포라(diaspora)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성공한 이민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대인, 중국인, 인도인, 그리스인 등의 공동체를 분석해 한인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이 성숙기를 넘어 침체기에 돌입했을 뿐 아니라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경쟁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으며 순수 혈통을 강조해 이민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다가 우리보다 더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2025년 6월 출범한 이후 경제성장과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이민정책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반이민 정서를 극복하고 국내경제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제안할 방침이다.

국정연은 대한민국의 경제 현안 이슈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효과적인 국가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언과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 한인 디아스포라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


◇ 디아스포라의 유래와 정의... 유대인 공동체를 지칭하다가 모든 이민자 공동체로 확대

디아스포라는 그리스 단어 ‘διασπορά(diasporá)’에서 유래했으며 ‘흩뿌리거나 퍼뜨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민족이 흩어진다는 ‘민족분산(民族分散) 또는 민족이산(民族離散)’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인 디아스포라고 하는 신생어는 유대인의 히브리어 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처음 탄생했다.

유대인은 기원전(BC) 587~596년 바빌로니아인에 의해 처음 살던 고향에서 추방됐다. 이후 로마제국은 AD 70년 유대인을 중동 가나안 지방에서 몰아냈다.

자신들이 살던 고향에서 쫓겨난 유대인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지방으로 흩어졌다. 이렇듯 디아스포라는 단어는 고향이 아닌 객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지칭하며 발전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디아스포라는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넘어 ‘다수 인구 집단이 자국을 떠나 특정 국가나 지역에 살고 있는 공동체’라는 의미까지 확장됐다. 당시에는 전쟁이나 박해로부터 도피한 피난민과 구별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세계화가 진전되며 국제 이민, 이주 노동자, 망명자, 난민 등도 디아스포라 영역에 포함됐다.

이때부터 디아스포라는 단순히 해외 거주자 집단을 넘어 민족 공동체(community), 정체성(identity), 전통문화(traditional culture) 등이라는 의미를 포용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디아스포라는 민족집단이 강제 이주 외에도 개인 또는 가족의 자발적인 이주까지 포함한다. 디아스포라는 일정한 거주지 없이 이동하는 유목인과는 다르며 항구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나라 밖에 자리를 잡은 집단이다.

노동자, 상인 뿐 아니라 식민지 모국에서 타국으로 파견돼 근무하는 관리, 즉 공무원도 포함한다.

이주민은 새로운 정착지에서 문화, 경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하는데 이를 디아스포라의 세포(cell)라고 본다. 

◇ 디아스포라의 6가지 요건... 모국과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생존력 강화 추진

미국 콜로라도대(University of Colorado) 교수인 윌리엄 사프란(William Safran)은 민족 정치, 민족주의, 문화적 다원주의, 시민성, 이민, 디아스포라, 민족 정체성, 언어·종교의 정치 등에 대해 연구했다.

샤프란 교수는 루마니아와 폴란드 이민자인 부모를 두고 독일에서 태어난 이력을 갖고 있다. 1930년대 태어나 유년 시절에 나찌(Nazi) 치하에서 성장했으며 유대인 거주지인 게토(ghetto), 강제 노동 수용소, 집단 수용소 등에서 3년 이상 생활했다.

1946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대학 졸업 후 미국 육군에서 2년 동안 복무했다. 콜롬비아대에서 ‘공법과 정부’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민족주의와 민족정치’라는 저널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샤프란 교수가 제시한 디아스포라의 6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

세부적으로 △특정한 기원지로부터 외국의 주변적인 장소로 이동 △모국에 대한 집합적인 기억 △거주국에서 수용될 수 있는 희망의 포기와 그로 거주국 사회에서 소외 및 격리 △후손이 모국을 결국 회귀할 진정하고 이상적인 땅으로 보는 견해 △모국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헌신 △모국과 지속적인 관계 유지 등이다.

샤프란 교수는 다른 학자와 달리 자신이 이주민으로 독일과 미국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했다. 모국에 대한 집합적인 기억은 전통 음식, 의복, 제례, 장례 풍습 등을 포함한다.

이주민이 거주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며 이질적인 문화를 유지할수록 소외의 정도는 커진다.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해 현지인과 거리를 두는 것은 이주민에게 오히려 불리하다.

유대인은 로마제국에 의해 세계 각지로 흩어진 이후 2000년 동안 고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종교로 부상한 이후에 유대교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유대인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유대왕국을 재건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히브리어로 ‘배움 혹은 연구’를 의미를 가진 탈무드(Talmud)는 기독교의 성서(Bible)와 마찬가지로 유대교의 기본 경전에 해당된다. 유대인이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신앙과 일상생활의 기반이 되었다.

모국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헌신은 유대인보다 중국인 디아스포라에서 강력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황허(黃河) 문명을 바탕으로 선진 문화를 이룩해 주변국에 전파했다.

광대한 영토와 비옥한 토지는 화려한 문명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인류 문명을 변화시킨 4대 발명품인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은 주변국이 탐내는 선진 문물이었다.

고대부터 중국의 비단은 텐산(天山) 산맥과 파미르고원(Parmir Plateau)을 지나 로마제국까지 운송됐다. 육상 실크로드는 거친 자연환경과 험난한 여정으로 중동인이 중개를 담당했지만 해상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까지 중국인이 주름잡았다.

무역을 목적으로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중국인은 고국에 대한 헌신보다는 경제적 이유로 모국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길 원했다. 중국의 비단, 도자기, 종이 등에 대한 현지인의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21세기 해외 거주 중국인이 모국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정치적인 이유보다 경제적 유인이 더 크다. 중국 본포가 1949년 공산화된 이후에도 정치 이념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와 무역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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