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4. 현대중공업 기업문화 (5) 조직-일과 사람... 내부인력을 중시하지만 혁신에는 걸림돌
다양한 자체시스템으로 인력양성 노력... 혁신은 외부의 새로운 인재 영입에서 출발
민진규 대기자
2013-07-15
조직문화를 진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기업의 사업영역이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도 무거운 철판을 용접해 엄청난 규모의 배나 구조물을 만드는 기업이다. 의사결정의 방향에 다라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런 조선업의 특징이 현대중공업의 조직에도 깊게 베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다양한 자체시스템으로 인력양성 노력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직원들이 직무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은 신입사원, 대리, 관리자, 임원 등으로 구분해 실시한다. 신입사원은 기술장인혼 체험, 꽃동네 봉사활동, 해외배낭연수 등을 체험하면서 도전정신을 기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오를 다진다.

사무직 신입사원들은 1991년부터 장인혼 교육을 별도로 받는다. 장인혼 교육은 정주영 회장의 현장중심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생산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품질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한다. 


대리급에서 일정 인원을 선발한 후 교육을 받도록 하는 주니어보드, 즉 청년중역회의 제도도 운영한다. 우수한 직원들이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부서장과 과장 등 관리자급도 국내 3개월, 해외 3개월 동안 글로벌 매니저 및 HHI MBA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

임원은 해외 글로벌 기업을 방문하고, 해외 대학 비즈니스 스쿨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지식을 배우도록 한다.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10 여명을 선발해 국내외 대학 및 연구소에 파견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예비 주재원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해외업무를 사전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지사나 법인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를 기를 수 있도록 해외연수나 출장기회를 부여하고, 직급별로 정해진 회수를 채우도록 요구한다. 해외를 자주 방문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고객이 해외 선주나 기업이라는 점도 직원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임원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자신의 업무경험과 노하우를 강의하는 현중리더십컨퍼런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대학으로 현중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선공학과와 기전공학과 등 2개 학과가 있다. 이 대학은 1999년에 개교했지만 학위와 무관했지만 현재는 전문대학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졸업생은 전문학사 학위를 받는다.

연 150명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전문지식, 인문교양, 외국어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현장실무와 이론을 배워 핵심적인 기술리더로 성장시키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다. 


현중기술대학에는 임직원을 위해 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 마스터보드 등도 운영한다. 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독서를 통해 교양지식과 경영지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스터보드는 생산직 직원 중에서 감독자를 선발해 경영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 생산직 직원이라도 경영자의 눈으로 현장업무를 할 수 있도록 양성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수요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사내대학을 많이 개설하고 있는데, 평생교육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직원들이 조직지향적 지식에 매몰되면 기업에 종속돼 시장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실적이 좋아 장기근속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해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 내부인력을 중시하지만 혁신에는 걸림돌

현대중공업의 인사정책을 보면 외부에서 인재를 채용하기 보다는 내부 직원을 우선적으로 승진시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방식은 독과점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국내조선업의 특수성으로 업(業)의 경험을 쌓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현대중공업 자체가 30여 년 이상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어 이미 성공체험을 한 유능한 인사가 내부에 많다는 점 때문이라고 본다. 내부승진은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매우 유리하다. 

현대중공업은 내부직원을 중용해 세계 1위의 조선사로 성장해 30여 년 동안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새로 인수한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계열사도 현대중공업에서 능력이 검증된 직원을 배치하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

현대오일뱅크 등 인수한 기업에는 현대중공업의 DNA를 이식하려는 목적으로 현대중공업 출신들을 배치한다. 현대중공업의 DNA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나 성공체험을 통한 자신감 등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러한 인사관행은 업계 1위 기업이나 선두기업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문제점도 많다. 수십 년간 한 기업에서 소위 말하는 한 우물만을 판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창립 후 불과 10여 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선 이후 오랫동안 독주를 한 것도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

1등으로서의 과도한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변질될 여지가 많다. 현대중공업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침체된 조선업으로 인한 사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이다. 


2013년 들어 수주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자체혁신 노력보다는 외부환경에 의한 요인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 실적호전이 오히려 조직의 문제를 수면 아래로 숨겨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내부인사만을 중용하는 인사스타일로 인해 현대중공업에 경력직으로 입사를 하려는 사람도 적고, 입사를 해도 승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현대중공업의 임직원이 능력이 뛰어나고, 성공체험이 많다고 해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 혁신은 외부의 새로운 인재 영입에서 출발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중심에서 정유, 금융, 무역, 자원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지만 사람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새로 인수한 기업들에도 기존의 조선업에서 경력을 쌓고 성공체험을 한 직원들을 임원으로 현대중공업의 DNA를 심는다는 명목으로 파견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경영, 특히 대기업의 경영은 매우 단순하다. 조선사업에서 쌓은 경험이 다른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업마다 제각각 특성이 있어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만으로 대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산업별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조선업에서 성공체험을 했다고 해도, 새로 인수한 정유나 금융 계열사를 잘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조선업과 정유업, 금융업 등이 전혀 다른 사업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이들 기업이 단기간에 정상화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내실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특유의 현장중시와 밀어 부치기 식 경영이 꼼꼼한 관리가 필요한 금융업에는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역 효과를 낸다. 현재 조선과 관련된 기업들은 현대식 경영기법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적합한 경영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인수기업들이 단기간에 외형적인 성과를 냈지만 내실이 없는 이유도 현대중공업의 DNA가 인수기업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백화점식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사업영역에 전문화되어 있다. 한국에 소위 말하는 100년 기업이 없는 것도 기업들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사업다각화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업다각화가 기업의 위험을 분산시켜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위험이 연쇄적으로 커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국내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업다각화가 단점도 있지만 일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업다각화를 할 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의 조직에서 능력이 검증된 직원이 새로운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시장이 통합되면서 사업환경이 복잡해지고, 기술의 발전속도도 너무 빨라져서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다. 사업과 제품이 융∙복합화되면서 한 가지 분야 이상에서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무한경쟁이 일상화되었다.


현대중공업이 순혈주의를 강조하고, 내부인재만 중용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분명 단점도 있다. 기존의 사업에는 현재의 인사정책을 적용하더라도 새로운 사업과 인수기업에는 신규 인재를 영입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

외부인재에게도 능력에 상응한 대우를 해 주고 승진의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해야 한다. 인재를 우대하는 기업에 우수 인재를 몰리므로 인력시장에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도록 인사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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