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결문] 09.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한 판단... 영장주의 위반 여부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 여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한 압수․수색을 함으로써 침해
▲ 윤석열 파면 헌법재판소 결정문[출처=헌재 2025. 4. 4. 2024헌나8, 결정문]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청 구 인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대리인 명단은 [별지 1]과 같음
피 청 구 인 대통령 윤석열
대리인 명단은 [별지 2]와 같음
선 고 일 시 2025. 4. 4. 11:22
주 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2. 심판대상
3. 적법요건 판단
4. 탄핵의 요건
5.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판단
6.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한 판단
7. 이 사건 포고령 발령에 관한 판단
8.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1) 피청구인은 2023년 행해진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점검 이후에도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평시 상황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방부장관 김용현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이 기회에 병력을 동원하여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라고 지시하였다.
(2)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0여 명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 들어가 야간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이들에 대한 행동감시 및 외부연락 차단, 출입통제를 하였으며,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 서버 등 전산시스템을 촬영한 다음 대기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관악청사, 수원연수원(이하 위 세 청사를 모두 합하여 ‘중앙선관위 청사’라 한다)으로 출동하여,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의 경우 건물 내외부에서, 나머지의 경우 건물 외부에서 각각 경계근무를 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 청사의 서버 등 전산시스템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동하였으나, 법무실의 검토의견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대기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철수하였다.
나. 판단
(1) 영장주의 위반 여부
(가) 피청구인은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통한 부정선거의 의혹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군인을 동원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바, 이는 결국 영장 없는 압수․수색의 강제처분을 지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헌법상 압수․수색은 제77조 제3항, 제12조 제3항, 제16조에서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
(나) 먼저 헌법 제77조 제3항에 규정된 예외에 해당하는지 본다. 위 조항 및 계엄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 계엄사령관이 압수․수색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그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의 상황이 위 조항의 특별한 조치가 군사상 필요한 경우였다고 볼 수 없고, 계엄사령관 박안수가 관련된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한 바도 없다. 따라서 헌법 제77조 제3항에 규정된 예외의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다) 다음으로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 및 제16조 후문 해석상 인정되는 예외에 해당하는지 본다.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는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헌법 제16조 후문은 그 해석상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한다(헌재 2018. 4. 26. 2015헌바370등 참조). 피청구인은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관위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응하여 왔고, 그러한 이유만으로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 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 및 제16조 후문 해석상 인정되는 예외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
(라) 결국 피청구인이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하도록 한 행위는 영장주의에 위반된다.
(2)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 여부
(가)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결정․구성하는 방법이자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선거관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선거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나의 형식적인 기능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선거관리사무의 담당기관을 일반행정기관과는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헌재 2008. 6. 26. 2005헌라7; 헌재 2025. 2. 27. 2023헌라5 참조).
(나) 행정부에 의해 관권선거가 자행된 이른바 3‧15 부정선거로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은, 헌법적 결단을 통해 1960. 6. 15. 헌법 개정(제3차 개정헌법) 이래로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로부터 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하여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기고 있다. 현행 헌법 역시 제7장에서 ‘선거관리’라는 표제하에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담당하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두면서, 그 구성에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하고 위원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며 규칙제정권도 부여하고 있다(제114조). 선거관리사무는 그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이 위와 같이 해당 사무의 주체를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면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체계를 택한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헌재 2025. 2. 27. 2023헌라5 참조).
(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중앙선관위 청사에 무단으로 들어가 선거관리에 사용되는 전산시스템을 압수․수색하도록 하였다. 이는 선관위의 선거관리사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선거가 지니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3)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은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계엄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는 행정사무의 집행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선거관리사무를 일반행정사무와 기능적으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헌재 2008. 6. 26. 2005헌라7 참조) 선거관리사무에는 원칙적으로 위 조항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설령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위 조항의 취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행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계엄사령관으로 하여금 그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방지하거나 정상적으로 유지․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기관의 통상적인 기능수행을 전면적으로 인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계엄 목적의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해당 기관의 담당 사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적․구체적 조치에 한하여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김이 상당하다.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고 있고(헌법 제114조 제1항),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선관위가 위 사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 피청구인은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이유로 한 전산시스템의 점검이 선관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이를 유지․회복하기 위하여 병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취하여야 할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소결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음에도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도록 함으로써 영장주의를 위반하였고,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한 압수․수색을 함으로써 선관위의 독립성도 침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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