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36. 이란 혁명수비대의 설립과 성장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 행태... 공포정치나 막무가내식 전쟁 수행은 국가 붕괴 재촉
방첩활동도 국민의 인권보호를 염두에 둬야 국민 지지 획득 가능... 정보기관 내부 민주화로 조직적 일탈행위 방지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6-04-14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지 1개월 이상 지나면서 민간인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민간인 시설을 공격하거나 민간인을 사살하는 것은 전쟁 범죄로 간주되지만 공격자는 자제하지 않는다.

전쟁은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하면 국가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속된 말로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의 항복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전쟁을 주도한 세력에게 비난이 가해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에 이란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단기간에 복구가 불가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표면적으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란의 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이 붕괴되며 혁명수비대(IRGC)라고 하는 군사조직이 권력을 장악했다. 대통령의 명령이나 국민 여론은 국가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IRGC가 최후의 1인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것은 좋지만 과연 이러한 전략이 이란이라는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혁명수비대의 역사와 발전 과정, 활동의 문제점 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란 혁명수비대의 설립과 성장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 행태... 공포정치나 막무가내식 전쟁 수행은 국가 붕괴 재촉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인 IRGC는 1979년 회교혁명에 성공한 이후 혁명정권과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를 보호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고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란의 정규군은 엘리트로 위주로 편성되었으며 팔레비 왕조에 충성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실제 회교혁명이 발발했을 때에도 군대가 시민혁명군에 동조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였다.

팔레비 왕조 뿐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군대가 끝가지 국왕에게 충성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군대는 돌변해 혁명을 지지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렸다.

군에 대한 신뢰가 낮았던 호메이니는 혁명 정부에 충성할 친위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깊으며 기득권에 불만을 가진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원을 확보했다.

IRGC는 정규군과 마찬가지로 육해공군, 바시즈(Basij)라고 불리는 민병대, 특수부대인 쿠드스군(Quds Force) 등으로 편제됐다. 특히 쿠드스군은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에 무기를 지원할 뿐 아니라 인원을 파견해 전투에 참여한다.

바시즈는 1980년대 이라크와 8년 전쟁을 벌이든 와중에 병력이 부족하자 편성한 민병대다.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시나 위기시에 동원된다.

이들은 공공 부문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입시나 병역 등에서 편의를 받으며 충성을 맹세한다. 바시즈에 가입하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역사적으로나 인구 규모나 석유자원 등에서 주축 국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영국이나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에 반대하며 반서방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주변국인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서방 진영으로부터 간섭을 벗어나겠다고 결심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서방 국가는 중심으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으며 내부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격화됐다.

특히 서방의 제재는 석유수출로 벌어들이는 자금으로 대응이 가능했지만 인권 억압과 민주화 운동 탄압은 외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왔다.

2022년 9월 종교경찰이 쿠르드족 여성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체포한 이후 사망하며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종교경찰과 바시즈 민병대 등을 동원해 히잡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반정부 시위자를 체포해 정상적인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는 등으로 공포정치를 펼쳤다.

IRGC는 최고 권력자의 비호를 받으며 막강한 군사력을 키웠고 유전 개발이나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막대한 경제력을 확보했다.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통제권도 보유하고 있다.

회교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는 IRGC에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유언했지만 이들은 군대, 행정부, 의회 등에 활발하게 진출하며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했다. 특유의 결속력과 신념으로 이란의 정치권을 통제하고 있다.

1991년 국가안보회의(KGB) 쿠데타로 붕괴된 소비에트연방사회주의공화국(소련)도 정보기관과 군대를 앞세운 공포정치로 망했다. 안전과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배려하지 않으면 장기간 집권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이른바 선군정치(先軍政治)로 비정상적인 국가체제를 유지했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에도 후계자인 김정은은 공산당보다 군대에 의존해 권력을 강화했다.

다시 돌아가서 IRGC의 극단적인 대결 구도와 권력 통제가 이란이라는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요 지휘부가 제거되고 핵심 군사 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100%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방공망이나 공군력으로 저항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휴대용 미사일로 저공 비행하던 미군 전투기 1대를 격추시켰다고 전세를 바꾸기는 어렵다.

IRGC을 장악하고 있는 하르그섬과 같은 주요 거점도 안전하지 않은 상태다. 미군이 상륙하면 지상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거나 포로를 확보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구상도 전략적이나 전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현대전은 비대칭전력이나 심리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칭전력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전세를 유리하게 끌고가지 못한다. 드론 몇 대 보내 비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한다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항복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다만 미국은 막대한 전쟁 비용의 부담과 민간 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전쟁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휴전이나 종전에 대한 압박감이 IRGC 지휘부보다 큰 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폭탄 급의 발언을 내놓았다. 2026년 4월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문졍 전체를 지워버리겠다."고 공언했다. 도시와 댐, 발전소, 산업시설 등을 공격해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협박했다.

미국 의회나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표현과 군사적 목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마침내 레오 14세 교황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위협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의 권위마저 무시하며 막말을 일삼는 중이라 우려스럽다. 교황의 권위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인이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해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란의 대통령이나 의회가 IRGC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큰 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IRGC의 극단적인 행동과 공언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2020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4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겨우 벗어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과 이란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큰 피해를 입히므로 함심해 종전을 종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피해도 막대하므로 여야 정치인과 지식인 모두 머리를 맞대고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6년 7월 24일 작성한 칼럼 소개... 방첩활동도 국민의 인권보호를 염두에 둬야 국민 지지 획득 가능

국가정보기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방첩활동이다. 방첩활동은 영어로 ‘Counterintelligence’라고 하는데 ‘적대국 정보기관의 요원이나 기타 내국인이 국가 안위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막는 것’을 의미한다.

방첩활동은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보니 무리한 강압 수사로 초래되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잠재적 혐의자에 인권유린에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혹자는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인권도 그에 못지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른 사람은 국가안보가 국민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가치이므로 사소한 인권침해는 용인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방첩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개인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 1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발생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유대계 장교 드레퓌스((Alfred Dreyfus) 대위의 복권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며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사건이다.

그는 1894년 장교로 복무하던 중 독일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군사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한 간첩 사건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육군 참모본부 정보국의 조르주 피카르 중령이 드레퓌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프랑스 여론은 드레퓌스파와 반대파로 양분됐다. 당시 독일에 당한 국가적 치욕 때문에 국민적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희생양(scapegoat)이 필요했다. 누구도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당시 대문호인 에밀 졸라(Emile Zola)는 그의 무죄를 확신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냈다. 양심 있는 지식인의 노력으로 드레퓌스는 1899년 특별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되었다.

1904년 재심을 청구해 1906년 최고재판소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무죄 선고를 받은 7월 12일을 기념해 프랑스 옛 사관학교 자리인 파리 시내 에콜 밀리테르(Ecole Militaire)에서 기념식이 열린 것이다.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대통령은 드레퓌스의 명예 회복이 프랑스 공화국을 강하게 만들었으며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반대, 인권과 정의 같은 공화국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연설했다.

시라크는 집단적인 불관용과 증오에 맞선 싸움은 프랑스 사회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차별주의의 발호를 경계했다.

인종차별과 국가의 집단적 테러에 맞서 지식인들이 진실과 정의를 쟁취한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양심 있는 지식인이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현재 아프리카계 이민 2세와 아랍계 이민자의 소요로 시끄러운 현실에서 프랑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현재까지 이런 유형의 걱정을 하는 것을 보면 다른 국가의 상황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국가가 아니면 특정 집단이 개인이나 소수자를 집단으로 억압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자칫 여론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라고 진실처럼 호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독일의 나찌즘,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같이 여론이 민의(民意)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 사회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보기관도 인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급격하게 진전된 민주화, 언론의 역할, 정보기관 내부의 민주화로 인해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부문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극단적인 가치관과 사고가 사회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런 미미한 노력이 모여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철옹성과 같은 조직이 변하고 사회의 중요한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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