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아스포라] 03. 이민의 정의와 유형... 경제·정치·교육·자연적 요인으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 결심
1960년대 이후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주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자녀 교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백 만 명의 난민이 발생
민진규 대기자
2026-05-28
2026년 5월28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역사에서 재미 교포를 만났다. 1990년대 중반인 30여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고국을 방문한 노부부였다.

이미 80세를 넘어선 남편과 70대 후반이라는 부인은 메모지를 보며 급행 열차를 타야할지 혹은 완행 열차를 탈 것인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도움을 주기 위해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다. 남대문시장을 간다고 해서 급행 열차를 타고 동작역에 도착해 갈아타면 된다고 조언했다.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할머니가 이민을 가게 된 계기, 한국을 방문한 이유, 친인척을 만나기 위해 들린 지방도시 등에 대해 설명해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의 삶, 한국과 미국의 의료제도 비교, 한국인의 평균 수명, 남대문 시장의 음식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대문 시장의 오래된 음식점은 필자도 좋아해 가끔씩 방문하는 편이다.

필자는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고 이런저런 이유도 다양한 외국인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이민자를 일반인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이민의 정의와 유형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인 디아스포라-역사와 미래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

◇ 이민의 정의... ’외국에서 영구적이거나 오랜 기간 살 의도로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구 이동‘

이민(移民)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살기 위해 가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주거지는 옮기는 이주(移住)와는 다른 말이다.

1999년 유엔(UN) 총회 결의 제152호에 의거해 설치된 유엔인간정주계획(UN Human Settlements Programme)에 따르면 이민(immigration)은 ’1년 이상 타국에 머무는 행위 또는 그 타국에 정착터를 잡고 살아가는 행위‘다.

다양한 학자의 정의를 고려해 보면 이민은 ’외국에서 영구적이거나 오랜 기간 살 의도로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구 이동‘이다. 이민자는 일반적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visa)를 받지만 영주권(permanent residency)을 획득하기도 한다.

비자는 ’자국에 입국한 외국인이 체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공증‘인 반면에 영주권은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된다. 즉 비자가 단순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영주권과 차이가 있다.

일부 국가는 영주권를 가진 사람과와 시민권(citizenship)을 가진 사람을 구분한다. 전자는 거주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라면 시민권은 ’시민으로서 행동, 사상, 재산,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인간이 천부적으로 갖고 있는 민권(civil rights)과는 다르다.

이민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 말이 귀화(歸化)다. 귀하(naturalization)는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해 그 나라 사람이 되는 행위’로서 완전하게 국적이 바뀌게 된다.

즉 ‘한국인이 미국에 귀화하면 미국인이 되는 것이며 이러한 사람을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부른다.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영주권을 취득해서 살고 있다면 재미(在美) 한국인’이라고 칭한다.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을 버리고 이민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제적 요인, 정치적 요인, 교육적 요인, 자연적 요인 등으로 다양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제적 요인 : 가난, 기아 등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추구 △정치적 요인 : 전쟁, 폭동, 소요 사태 등 정치적 혼란을 피해 안전한 국가로 피신 △교육적 요인 : 자신의 학문적 열의와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주 △자연적 요인 : 폭우, 폭염, 폭설, 화산 폭발 등 자연재난을 피해 이동 등이다.

◇ 이민의 유형... 경제·정치·교육·자연적 요인으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 결심

첫째, 경제적 요인은 가난, 기아 등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경우로 가장 많은 이유에 속한다. 19세기 중엽 아일랜드인이 대기근을 피해 미국 등 해외로 이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계약 노동자가 미국 하와이나 카리브해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이주한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19세기 중엽 한반도 북부에 거주하던 조선인이 중국의 만주와 제정 러시아의 연해주로 이주한 것도 탐관오리(貪官汚吏)의 학정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농토를 찾아 떠난 것이다.

21세기 들어서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죽음의 이주 행렬'이 이어지는 것도 가난 때문이다. 2011년 튀니지에서 촉발된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는 유럽으로 가려는 사하라사막 이남의 난민이 거쳐 가는 주요 통로다.

둘째, 정치적 요인은 전쟁, 폭동, 소요 사태 등 정치적 혼란을 피해 안전한 국가로 이동하게 만든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백만 명의 피난민을 양산했다.

인접국인 폴란드 뿐 아니라 멀리 아일랜드까지 건너간 우크라이나 국민도 적지 않다. 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년 이상 이어지며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작된 시리아 내전도 4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만들었다. 장기간 독재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이 민주화를 요구하자 정부가 강압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며 인접국인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가는 난민 행렬이 형성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베네수엘라, 남수단, 우크라이나 등으로 조사됐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우크라이나는 전쟁, 베네수엘라와 남수단은 정치적 혼란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탈레반은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여성과 소수 민족을 탄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붕괴되며 많은 인구가 주변국으로 넘어갔다.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칠레, 브라질 등이 대표적인 국가다.

남수단은 종족분쟁과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3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국외로 피난길을 떠났다. 수십 만 명이 사망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구호의 손길은 부족하다.

셋째, 교육적 요인은 자신의 학문적 열의와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목적으로 탄생한다. 1960년대 이후 수많은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주를 결심한 이유에 속한다.

미국의 대학에서 선진 학문을 배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중산층 부모가 교육 이민을 단행했다. 1.5세 자녀들은 변호사, 의사, 교수 등으로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인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인은 인도인이다. 모국에서 차별적인 신분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인도인은 자녀에게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에 종사할 학력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또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문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위해 석·박사 학위를 따는 비율도 다른 민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의 절대 다수를 점유하는 민족도 인도인이다.

넷째, 자연적 요인으로 가뭄, 폭우, 폭염, 폭설, 화산 폭발, 해수면 상승 등 자연 재난을 피해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하라사막 이남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는 가뭄으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국경을 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며 해양 도서 국가에서 이주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태평양 투발루(Tuvalu)는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물에 잠겼으며 2060년이며 국가 전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마셜제도, 나우루공화국 등도 현재 추세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지도상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투발루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가 불가능해진 도서 국가의 국민을 이주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은 해안에 방어벽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몰 위험을 줄이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21세기가 가기 전에 국가가 사라질 섬나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기획·특집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