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37. 연금 운용 안전성 논란에 인재 수급 허덕… 국민은 불안
전문성·독립성·책임성 결여된 지배구조 개편 시급
김백건 기자
2022-04-25
기금운용본부 인재 도미노 이탈… 검증 미비 악순환
전문성·독립성·책임성 결여된 지배구조 개편 시급
석탄 투자 규모 지난해 比 증가… 연기금 중 세계 3위

평범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며 만들어진 국민연금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연금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 급격한 고령인구의 증가, 저성장 경제 등으로 2050년경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민간 사업자들은 개인연금을 추가로 들지 않으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공포를 조장한다.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적 대통합기구를 설치해 연금개혁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기간 중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연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대상에 속해 정권을 포기하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이상 개혁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국민연금공단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기업 반발에도 주주대표소송 강행 방침… 운용인력 이탈 해결 의지 부족

올해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30여개 기업에게 주주대표소송 관련 기초 조사를 위한 자료를 요구해 논란이 초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제재 사안, 구체적 행위 사실, 손해 발생액, 횡령 혐의 조사, 기업에 끼친 영향, 향후 대책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와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업의 반발에도 정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2018년 국감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입사자는 26명이었으나 퇴사자는 27명으로 퇴사자가 입사자를 추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우수 운용 인력의 이탈이 본격화됐다. 2017년 2월 본부를 전주로 이전한 이후 근무근속이 길고 직급이 높은 인재들의 퇴사가 늘어났다. 핵심 인재들을 이끌어가야 할 경영진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이 부족한 것이 주요인이다.

2020년 국감에서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4년간 57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징계 내용은 △파면 3명 △해임 7명 △정직 10명 △감봉 19명 △견책 18명이다. 징계 이유는 금품수수·음주운전·성희롱·기밀정보 유출 등으로 직원들의 도덕적 기강이 해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26조3712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382억원 적자다. 운용 자산은 2017년 600조원을 초과했으며 2022년 914조원을 기록했다. 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남에도 전문 인력의 퇴사가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21년 기금 운용 수익률은 잠정치로 10.77%다. 수익률 추이는 △2019년 11.3% △2020년 9.7%로 3년 평균 10.57%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수익률은 2020년 24.5%였으며 2021년에는 40년 연평균 수익률이 1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연금 체납 사업장 관리 강화 필요… 5년간 대량살상무기 관련 투자 2.9배 증가

2020년 정규직 평균 보수액은 6837만원이며 무기계약직의 평균 보수액은 2934만원에 불과했다. 무기계약직의 연봉은 정규직의 42.91% 수준이다.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기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우수 인력에 대한 연봉은 상향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국감에서 국민연금을 1개월 이상 체납한 사업장은 2021년 6월 기준 5만3000곳으로, 체납총액은 1조55억원으로 드러났다. 2015년 말 45만5000개소, 1조9469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됐다. 2019년부터 체납기간이 1년 미만인 사업장 수와 체납액은 감소했으나 체납기간이 25개월 이상인 사업장 수와 체납액 규모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1년 국감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논란이 불거졌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공익처분 없이 이익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는 일산대교의 통행료를 없애고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방식이 올바르지 않게 설계된 민간사업자의 자산을 인수한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일본 전범기업 75개사에 1조2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인 10만명 이상을 강제동원한 대표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계열사에는 총 874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기업 75개사의 84%인 63개사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투자지만 이후에도 투자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2021년 국감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액수가 2021년 2월 기준 1조5700억원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투자관행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국민 정서를 해친 막무가내식 행정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국감에서 2021년 3월 기준 대량살상무기·기후변화·건강 관련 기업 3개 분야 국내 기업에 총 10조9090억원이 투자한 것이 밝혀졌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와 탈석탄을 약속했지만 최근 5년간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업은 2.9배, 석탄 분야는 1.1배로 투자 금액을 늘렸다.

2021년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하며 경영 선언문을 채택하고 경영 전략체계를 발표했다. ESG 경영 비전은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추진 방향과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ESG 교육과 관련된 실적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지속가능경영은 환경경영·사회적책임경영·지배구조 현황 3가지이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실천했다.

◇1.1.1 프로젝트 실천 중… 탈석탄 선언에도 82개사 투자 유지

2021년 ESG 경영 선포식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직원 1인이 1년에 1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1.1.1. 프로젝트와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등을 실천하고 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2050년을 목표 기한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책임의식을 느끼기에는 너무 먼 미래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자체 ESG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2020년 국감에서 국민연금이 254억원 손실이 발생한 한국전력의 미국 태양광발전사업에 236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국민연금과 한전은 각각 4000억원, 총 8000억원을 출자해 해외 발전소와 연료 사업에 투자할 코파펀드를 조성했다. 콜로라도 태양광발전소는 실적 부진으로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해 매몰비용이 190억원 발생했다.

2022년 세계석탄퇴출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에 따르면 2021년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총 128억9400만달러로 글로벌 연기금 중 3위를 기록했다. 석탄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초과하는 글로벌 기업 1032개가 조사 대상이다. 국민연금공단은 2021년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석탄 관련 국내 및 해외기업 84개에 투자했다.


▲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경영진 무능이 경영 혼란 초래… 전범기업 투자는 사회적 합의부터 시작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이 임기를 1년 4개월이나 남겨두고 사퇴했다. 국민연금의 부실 논란과 개혁방향에 대한 부담감이 주요인으로 판단된다.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ESG 경영헌장도 제정하지 않았고 투자인력의 관리 소홀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경영진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퇴사자가 속출한 것이다.

사회(Social)는 거버넌스가 부실한 다른 공기업과는 색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을 체납하는 사업장과 체납금액부터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익률과 명분을 모두 잃은 일본 전범기업 투자도 유지하려면 사회적 합의부터 도출해야 한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환경(Environment)은 제조업체가 아닌 금융공기업으로서 크게 고려할 사항은 많지 않다. 에너지 소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온실가스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에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ESG 경영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배제할 필요가 있다. 석탄뿐 아니라 자연을 과도하게 파괴하는 자원개발업체도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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