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55. 한국 대기업은 인재의 무덤인가... 삼성전자 직원의 성과급 논란으로 경영진 급여 수준 적절하지 평가해야
통섭형 인재를 채용하려 시도하지만 역부족... 푸시보다 풀 마케팅으로 인재 유치해야 퇴사율 낮아져
민진규 대기자
2026-04-16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나 경영자가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인사가 만사다'는 구호다. 국가나 기업 모두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우수 인재를 배치하면 성과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고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춘 조직은 거의 없다. 혈연·지연·학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상후하박(上厚下薄)과 같이 소수 고위 관리자가 성과는 독차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 등은 우수 인재가 몰리는 직장으로 청년층에 인기가 높다. 급여나 복지 측면에서 근무 조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이 정해져 있어서 100세 시대에 적합한 직장이라 보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고 해도 평균 60세에 정년 퇴직을 한다고 보면 100세까지 직장 경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업무 난이도가 낮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직장에서 체득한 업무 지식과 경험은 활용도가 높지 않다. 업무 난이도에 대해서는 평가자에 따라 달라지므로 추가로 논의할 방침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는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X형 직업과 Y형 직업으로 분류해 전 직장의 기여도를 분석한다. 이번 칼럼은 '한국 대기업은 인재의 무덤인가'로 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이 집필한 '21세기 기업정보전쟁' 표지 [출처=엠이이앤뉴스]


◇ 삼성전자 직원의 성과급 논란으로 경영진 급여 수준 적절하지 평가해야... 회장의 급여와 성과도 평가 대상

최근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2026년 영업이익이 27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므로 15%인 약 40조 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 원에 달했으며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어 연간 영업이익은 300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주주는 배당금에 비해 직원 성과급이 너무 많다며 반발한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주주배당이나 기타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 투자 재원의 확보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출도 필요하다.

경영진이나 주주 모두 막대한 영업이익에 크게 공헌한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적정 수준의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주주인 오너의 황제식 경영이 일상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직원은 머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기관 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주주를 대놓고 차별하며 배당금은 쥐꼬리 수준을 유지한다.

대기업 오너인 회장의 급여는 수십 혹은 수백억 원을 상회하지만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대기업 회장은 다수의 계열사에 근무하며 복수로 급여를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회장이 직원에 비해 업무의 난이도가 높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은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급여가 최소한 100배 이상 차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의 회장이 창업자가 아니라 2~3세로 능력을 쳬계적으로 검증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성과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받은 적도 없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SK하이닉스가 직원에게 막대한(?) 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전까지 아무리 좋은 대기업의 직원이라고 해도 연봉이 평균 1억 원이면 높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우수 인재의 블랙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상위권 대학을 나온 인재라면 인지도나 급여가 높은 삼성전자에 가지 않일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에 정년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의 인생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성공한 인생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업무에 대한 만족도, 금적전 보상, 사회적 인식, 자부심 등을 적용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기업의 정년은 60세가 보장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다. 임원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40대 중·후반부터 시작해  5대 초·중반이면 조직을 떠나게 된다.

2025년 연말 대기업 인사에서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직원이 임원으로 대거 승진했다. 임원보다 나이가 많은 차
·부장급 직원은 스스로 판단해 나가라는 메시지를 조직에 던진 셈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의미는 능력에 따른 인재의 발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넘어 경영자가 인사 정책을 통해 조직에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이 집필한 '삼성의 미래' 표지 [출처=구비구비]


◇ 통섭형 인재를 채용하려 시도하지만 역부족... 푸시보다 풀 마케팅으로 인재 유치해야 퇴사율 낮아져

기술개발이 삼성전자의 미래라고 믿은 이건희 전 회장은 우수한 ‘S급 박사인력’을 유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미래 신수종 제품개발을 위해 수천 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연구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함이있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이공계 출신 우수인력의 노력 덕분이다.

2000년 5000명 수준에 불과하던 삼성전자의 박사가 2005년 1만2000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지만 이 추세는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다.

표면상으로 보면 우수인력의 비율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글로벌 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경영진은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를 방문한다.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 중에서 인문, 사회, 경제, 경영,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인재, 즉 통섭형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섭형 인재는 이건희 전 회장이 자주 말하는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에 나오는 한 명의 천재에 해당되므로 매우 찾기가 어렵다.

이 회장의 발언과 삼성전자의 인재 편식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삼성=천재집단’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실제 1990년대 초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낸 인재가 삼성전자에 많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이들의 창의적인 기술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규모 장비에 대한 투자가 우선되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개발자의 설계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시장 전망이 밝은 비메모리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싶지만 경직된 권위주의 기업문화는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한 설계작업을 수행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비메모리가 아직도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에 해당된다.

한국의 대기업은 무형적인 아이디어와 지식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는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쉽게 하지만 오래 기다려도 불투명한 인력투자에는 인색하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이며 그동안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입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이유다.

많은 석·박사 인력이 높은 급여 때문에 삼성전자로 몰려들었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인생의 꽃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기술 도입, 생산 효율화, 디자인 등에 투자를 집중하는 편이다.

석·박사학위를 받은 기술 분야의 고급인력이 담당하는 일은 연구개발(R&D)보다 기술의 트렌드 조사, 경쟁사 조사, 시장 조사 등에 치중된다.

처음 삼성전자에 들어올 때 뭔가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는 기술개발보다 보고서 작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급 인력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한국 연구자는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 공부가 끝난 것이라고 착각해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

혁신적이고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기업문화만이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고 멈추지 않고 노력할 수 있도록게 만든다. 삼성전자의 다른 고민은 우수 직원의 잔류율을 높이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아 박사급 고학력자도 취업난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에 직무 요건 대비 높은 스펙의 인력이 많이 입사하지만 입사 전 기대했던 직무와의 차이로 조기에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

인력 채용도 중요하지만 신입사원이 잔류할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가 맨투맨, 즉 1:1로 관리하는 멘토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의 ‘직장선배제도’를 벤치마킹해 삼성전자만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선진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우수 인재의 무덤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요람이 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진정으로 인재를 중시하고 인재가 자신의 꿈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장을 마련해 준다면 경영진이 글로벌 리크루팅을 한다고 세상을 돌아 다니지 않아도 S급 인재가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이다.

경영진이 그토록 찾기 위해 헤매고 목이 쉬도록 설득해 데려와야 하는 특급 인재도 ‘푸시(Push) 마케팅’이 아니라 ‘풀(Pull) 마케팅’이 100배나 효과적이다. 아직도 단순한 마케팅 이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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