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41. AI 시대에 더욱 치열해지는 산업스파이 전쟁...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해야 할 정당성 확보해야
국정원의 해외 경제정보 수집 및 배포 전략에 대한 고민... 보호해야 할 국가비밀 여부 판단해야 논란 해소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6-06-22
냉전이 종료되고 나서 데탕트(Détente) 시대가 도래하자 국가장보기관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인 1947년 설립된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게 위해 공산권에 대한 첩보수집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우방국을 중심으로 미국식 정보기관 설립을 지원했으며 정보협력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확산이 주춤해진 1970년대 들어서 무역 확대와 자원 확보라는 경제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군사정보와 정치정보에 특화된 국가정보기관이 경제정보와 산업정보를 다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임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효율성, 공평성, 윤리성 등의 이슈가 제기됐다.

정보기관이 산업정보 수집과 산업스파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 AI 시대에 더욱 치열해지는 산업스파이 전쟁...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해야 할 정당성 확보해야

2022년 11월 오픈AI(OpenAI)가 챗GPT(ChatGPT)를 출시한 이후 일반인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다수 건설되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GPU 제조업체인 엔비디아(Nvidia)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등극하고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식이 폭등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높아지며 반도체 회사의 영업비밀을 빼내기 위한 산업스파이 활동도 활발해졌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중국의 반도체 회사는 한국에서 반도체 기술자를 확보하게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에 속하고 자녀의 유학비, 높은 주거비, 성과에 대한 보상 등까지 복리후생에 대한 지출도 아까지 않았다.

중국의 산업스파이에 대해 걱정도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 반도체 기업 스스로도 새로운 기술과 경쟁업체의 동향에 대한 정보 수집도 게을리 않아야 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산업스파이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국가정보기관이 앞장서 주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영업정보를 수입해 제공하기도 한다. 국가정보기관의 산업 정보활동에 대한 이슈를 살펴보자.

첫째, 효율성은 군사·정치를 취급하던 정보기관이 최첨단 기술을 잘 수집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다. 정보를 취급하거나 소유한 타겟이 다를 뿐 아니라 용어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정보의 수집에 효과를 발휘한 미인계나 뇌물제공의 수법도 잘 작동하지 않았다. 산업의 트렌드나 기술개발에 관한 공부도 필요해 상당 기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0년대 들어서야 국가간 무역분쟁과 같은 이슈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 1995년 미국이 자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창출하는 일본을 상대로 수출 자동차 쿼터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CIA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후일 밝혀졌다.

둘째, 공평성은 수집한 양질의 정보를 어느 기업에게 제공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CIA가 확보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에 관련 정보를 포드(Ford)나 GM 어느 기업에게 배포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

정보기관 책임자나 직원이 정치적인 의도나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특정 기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산업정보는 정치정보와 달리 수요자가 많고 가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CIA의 지원을 받은 방산업체가 개발한 무기는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정보기관과 방산업체가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 전쟁을 부추기거나 무기거래를 독점한다.

셋째, 윤리성은 정보기관 요원에게 비법적이며 비윤리적인 활동을 통해서라도 산업정보를 수집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안보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입수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방식으로 산업정보을 염탐하라는 명령에 대해 기꺼이 감수하려는 요원은 많지 않다. 어떤 논리로 윤리로 무장한 요원을 설득할 것인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결론적으로 국가정보관의 산업정보활동은 불가피하히지만 내부 구성원이 합심해 토론과 설득 과정을 통해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적아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반대로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혼돈의 시대에는 더욱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6년 12월 18일 작성한 칼럼 소개... 국정원의 해외 경제정보 수집 및 배포

요즘 다수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국가정보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도 그러하고 국내 기업인의 간첩 혐의도 그런 연유에서 크게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보도되는 사건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사건의 본질과 파장, 수사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언론은 국민 여론을 결집해 국가 아젠다(agenda)를 설정하고 이끌어 나갈 책무를 안고 있다.

언론과 달리 국가지도자는 명확한 국가전략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국가정보에 관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없으면 국가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조차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 간 산업스파이 논쟁과 기업인의 간첩 논란에 관해 살펴보자.

먼저 국내 모 기업인이 미국에 한국의 중요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는 사건을 보자. 해당 기업인이 무슨 정보를 모아 전달했는지에 관해 190도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언론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기업인이 언론사 하나를 인수한 것에 대한 언론기관의 집단 울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목된 언론인이 미국에 제공했다고 보도된 정보의 내용이 대부분 인터넷과 각종 신문, 잡지 등을 보면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와 간행물 등도 일부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해당 기업인이 자신의 노력이나 돈으로 다양한 정보를 잘 정리하고 분석해 2차적으로 가공했다면 그것은 정보를 분석하는데 자원을 투입한 그의 소유로 보는 것이 옳다.

1차 자료를 제공한 사람의 소유는 더욱 아니다. 만약 이 사건이 명확한 간첩 혐의와 비밀유출 혐의가 없다면 보수언론이 열심히 주장하고 있는 한미우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또한 마녀사냥식의 보도가 언론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추정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가 아직도 냉전의 틀 속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간첩이라는 용어를 너무 협의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사는 해당 기업인을 간첩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보도하면서 정보의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국가 비밀이라면 당연히 정부의 주요 비밀관리부서에서 관리돼야 한다. 어떻게 국가 비밀을 취급할 수 있는 허가받지 않은 기업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 비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 보호돼야 할 국가 비밀이라면 관련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공무원부터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 국가 비밀을 제공했다는 공무원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사건은 연일 터지고 있는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이다. 모 국내 대기업이 동남아 국가에 불법으로 군사전략 물자를 수출했다고 한다. 포탄생산 설비를 통째로 이전해 줬다고 하며 관련 기업이 1개가 아니라 다수다.

다른 기업의 직원은 중국업체에 기업비밀을 통째로 넘겨주며 돈을 받아 경찰이 중국 공안에 해당 업체 대표의 구속을 요청했다.

현대는 국가 간 산업비밀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특정 신기술 하나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군사적으로 유용한 전략물자를 수입한 동남아 국가는 국가생존 차원에서 도입 협상과 전략을 수립했다고 보인다.

국내 신기술을 불법적으로 도입한 중국기업 대표도 사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본다. 중국기업의 뒤에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스파이 사건도 국가정보전략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몇몇 사건 보도는 오히려 잠재적인 범죄자에게 실행의 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관점의 언론보도가 과연 한국의 국가이익의 보호 차원에서 유리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일과 행동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포탄 기술을 몰래 수출한 대기업과 관련 기업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국노가 된다. 하지만 불법인 줄 알면서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어리석은(?) 한국인을 잘 포섭해 기술의 수입을 주도한 기업은 해당 국가의 입장에서 애국자가 된다.

산업스파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는 않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도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 합법적, 불법적 산업스파이를 활용해 선진국의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자에게 보상도 해줬다. 즉 다시 말해서 이 전쟁이 무한 국가경쟁에서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주도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 중에서 국제정치 흐름을 읽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국가정보전략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정보는 정치나 군사 정보 못지않게 국가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므로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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