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45. ‘출퇴근 지옥’ 오명… 기약없는 기다림에 녹초
5호선 연장·GTX-D 유치 필요성엔 공감, 실현은 ‘감감’… 천덕꾸러기 ‘아라뱃길’, 문화·관광으로 부활 어려워
민진규 대기자
2023-01-19
아라뱃길로 불리는 경인운하는 행주대교 인근 한강에서 서해까지 연결된다. 이명박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완공했지만 통행하는 선박이 적어 운하의 기능은 잃었다. 화물선뿐 아니라 유람선조차 다니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운하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는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농복합도시로 전환됐지만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다. 1998년 김포군에서 김포시로 승격된 이후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져 지난해 12월 기준 48만 명을 넘어섰다. 한강신도시가 정상적으로 완성되고 서울 지하철 5호선까지 연장되면 서울로 출퇴근이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 들어 외지인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지역 토박이가 선거에서 더 이상 유리하지 않게 됐다. 6·1 지방선거에서 김포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12년 진보 독점 끝내고 보수 시장 탄생

역대 민선 김포군수·김포시장은 유정복·김동식·강경구·유영록·정하영·김병수다. 1994년 인천으로 편입된 검단면을 제외한 김포군은 김포시로 승격됐다. 30대 군수와 1·2기 시장 유정복은 경기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17·18·19대 국회의원과 농림식품수산부·안전행정부 장관을 거쳤다. 6기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후 현 8기 인천시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3기 김동식은 4대 경기도의원으로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2·4·5·6기 김포시장과 16·20대 국회의원에도 출마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4기 강경구는 김포시청 공무원으로 자치행정국장과 김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5·6기 유영록은 5·6대(2·3기) 경기도의원으로 정치 경험을 획득한 후 시장까지 당선됐다.

7기 정하영은 5·6기 김포시의원을 지냈으며 20대 국회의원과 8기 김포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8기 김병수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친 후 시장까지 당선됐다. 김병수는 12년간 시장직을 독점한 진보 정당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6·1 지방선거에서 김포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김병수는 7기 시장 더불어민주당 정하영, 무소속 박우식·이주성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김병수는 5대 공약으로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김포·강남·팔당(여주) 실현 △한강신도시 대형 종합병원·어린이전문병원 유치 및 김포국제의료센터 설립 △초대형 공공 생활문화 인프라 건립 △4대 명품 수변공원길 조성 등을 제시했다.

낙선한 정하영은 △한강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한 세계적 국제자유도시 조성 △지하철 5호선·9호선·GTX 교통망 해결 △여성과 주부를 위한 맞춤 정책 △청년 창업 및 일자리 창출, 영세 소상공인 지원 강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센터 설치 운영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진 박우식은 △김포의 교통 차별 지역 탈피 △양질의 일자리 확충 △교육의 다양성 확보 △풍부한 놀 거리와 즐길 거리 △2기 한강신도시 추진 △준비된 100세 시대 도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없는 도시 등 7대 공약을 공개했지만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 경기도 김포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과학기술 공약 0% vs 사회·문화 공약 81%

8기에 당선된 김 시장은 후보자 시절 선거 공보물에 6대 전략·51개 공약과 지역별 공약 34개 등 85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 후 △교통인프라 조기 구축(13) △함께 보살피는 복지(9) △김포가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8) △최고의 생활문화플랫폼 구축(13) △명품 수변공원길 조성(14) △경제 살리고! 일자리 늘리고!(7) △행정 혁신 및 시민안전 보장(5) 등 7대 전략·69개 공약으로 다시 조정했다.

국정연은 김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69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 과제는 정치(6)·경제(7)·사회(39)·문화(17)·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6.5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4.64% △경제 공약 10.14% △정치 공약 8.70%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일산대교 무료화 적극 추진 △국제기후변화센터(가칭) 설립 △라베니체진흥 전담팀 설치 △시청 민원처리 원스톱센터·종합허가과 신설 △흥신리 탄약고 확실 이전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국제연구산업단지 및 국제스타트업밸리 조성 △아라마리나 실속 없는 국가항에서 해양레저 메카로 대전환 △수도권 서부 최대 테마파크 조성, 서비스문화산업의 중심으로 김포 일자리 확충 △대명항의 관광 어항 적극 개발 △생산·가공·서비스 융합 농업종합산업화 지원 △기업 유치로 누산지구 본격 개발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김포한강선 반드시 착수 △김포골드라인 최우선 증차 및 운행간격 30% 단축 △GTX-D 노선 실현 △자율주행 스마트도로 구축 △북부권에 노면전차(트램) 도입 △대형 종합병원+어린이전문병원 및 국제의료센터 설립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중·고교 신설 지원, 다목적 전환 가능 미래형 학교건축 구현 △청소년 문화창작놀이공간 마련 △학교 밖 문화예술프로그램 활성화 △센트럴컬쳐플랫폼(CCP) 건립으로 김포문화 성장+, 교육환경+랜드마크+ △백마도·전호산 연계 강변문화 공간과 K-팝 공연장 마련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어 김포시의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달성 가능성 낮은 공약 포기해야 재선 유리

김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0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라마리나 실속 없는 국가항에서 해양레저 메카로 대전환은 지난 6년간 물류 실적이 계획 대비 10% 수준으로 주요 시설의 물류 기능 축소, 문화·관광·해양레저 시설로의 전환이 필요해 나온 공약이다.

지난해 김포시가 추진한 아라마린 페스티벌·해양레저스포츠 체험교실·경기 인디뮤직 페스티벌 중 아라마린 페스티벌의 아라에코 아카데미 참여자는 50명, 수상안전교육 신청자는 60명에 지나지 않았다. 수질이 악화된 상황에서 해양레저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달성 가능성이 낮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김포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2점을 획득했다. 북부권에 노면전차(트램) 도입은 김포시가 2021년 타당성 조사 및 전략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한 사업이지만 1월 18일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한 실천 계획에는 사업비가 책정돼 있지 않다.

국내에서 트램이 도입된 사례도 없고 전국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을 시도했지만 사업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운용되는 트램은 대부분 자동차가 도입되기 전 건설된 것으로 설치비가 낮았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도로가 자동차 위주로 개발돼 있어 트램을 도입하기 어렵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2점을 받았다. 자율주행 스마트도로 구축은 김포한강로 운양 용화사IC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사거리까지 추진하는 사업이다. 2020년 4월 김포시가 지능형교통체계(ITS)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난해 1월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설계용역 및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며 2028년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라 임기 내 완료는 불가능하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6점을 획득했다. 김포골드라인 최우선 증차 및 운행간격 30% 단축은 극심한 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김포골드라인은 개통 1년 만에 이용객이 폭증했지만 운영 사업자가 별도로 있어 김포시가 철도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4점을 받았다. 일산대교 무료화 적극 추진은 지난해 11월18일 법원이 ㈜일산대교의 손을 들어 줬기 때문에 공약 이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시는 경기도·고양시·파주시 등과 공동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여의치 않다. 일산대교의 무료화 추진은 경기도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이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일산대교 건설 당시에는 방관하다가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적으로 김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69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04점으로 달성률은 41.6%에 불과하다. 공약 중 달성 가능성이 낮으면서 지역의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한정된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재선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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