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보기관 개혁] 09. 통일부의 역량 강화와 평화통일 기반 구축 방안... 좌파·우파 진영 논리는 넘을 ’통일담론플랫폼‘ 구축 필요
20대 청년 절반 이상이 남북통일에 부정적 견해 밝혀...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정보수집·분석해 외교정책 강화
민진규 대기자
2025-10-24
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각종 서적 집필과 강연으로 주유천하(周遊天下)하며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났다. 그중에서도 20대 청년과의 만남은 MZ(밀레니얼 + Z) 세대와의 만남은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배우고 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는 해외 수학여행, 어학연수, 유학 등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신세대는 꼰대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구세대인 필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20대의 청년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사고체계를 바꾸고 신중하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화의 주제도 청년이 관심을 갖고 있을만한 소재를 찾아 그들이 궁금을 해소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대 청년 절반 이상이 남북통일에 부정적 견해 밝혀... 특정 지배층의 이해타산에 따라 통일 논의 흔들려

예기(禮記)에 나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이치를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 청년세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기성세대도 적지 않지만 글로벌 시대와 디지털 시대와 같은 시대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청년에 대한 경험을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남북통일과 민족, 국가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함이다. 50년 전에는 모든 국민이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정한 군사독재 정부의 정책이 일조하기도 핸지만 통일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은 없었다. 하지만 반세기 지난 현재 남북한이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20대 청년 중 절반 이상이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국가 아젠다(agenda)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계발, 취업, 국민연금, 미국 주식,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년의 자립이나 사회 진출에 필요한 인프라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세대 갈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부터 헬조선(hell朝鮮)이 신조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도 이를 해소해주려는 사회적 논의조차 부족했다.

다른 주제보다 통일은 국가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전 세대를 아울러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정부 부처 중 통일부가 이러한 논쟁을 이끌어나가고 공론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자료를 충분하게 제공해야 함에도 이러한 노력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통일부는 1993년 문민정부가 시작된 이후 보수와 진보 정부의 정책 선호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리느라 정신을 못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급기야 윤석열정부는 북한에 우호적인 편향적 시각을 가졌다면 통일부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조직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백천간두(百尺竿頭)에 선 통일부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봐야 한다. 통일 이슈만 하더라도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외형적인 무늬만 갖추기에 급급해 생산적인 통일논의를 주도하지 못했다.

5000년의 역사 중 기껏해야 80년 정도 분단돼 생활했던 민족이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고 믿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합당한 인식이다.

미러일중과 같은 한반도 주변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정책이 달라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세기 말부터 밀어닥친 제국주의 열풍이 동아시아 국제역학 관계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할 때 왕과 양반은 당파싸움과 백성수탈에 여념이 없었다. 외국에 대해 무지하고 자체 안보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던 조선은 멸망했다.

영국 역사학자인 E.H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는 돌고 돈다’ 혹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의 다수 명언을 남겼다.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 준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라는 명저를 남겼다.

남북한의 분단은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분단이 80년 동안 고착된 것은 강대국의 정치대결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무지와 무능도 크게 작용했다.

1970년대 초부터 냉전이 종식되고 데탕트(Détente)가 시작됐지만 남북한은 50년 이상 특정 지배계층의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따라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민족의 정기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꺾었다.

반민족행위자는 일제 강점기에 부역한 매국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남북통일을 적극적·소극적, 명시적·암묵적으로 방해한 정치인, 학자, 지식인, 시민단체 관계자 모두 매국노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자칭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에게 휘둘려온 아젠다(agenda)를 국민 전체의 공론장 주제로 활용해 통일을 위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좌파·우파 진영 논리는 넘을 ’통일담론플랫폼‘ 구축 필요...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정보수집·분석해 외교정책 강화

통일부가 중차대한 담론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국민 의식 파악 및 개선 방안 정립, 주변국에 대한 정세 파악, 광범위한 지식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한의 국민 의식 파악 및 개선 방안 정립을 위해서는 통일부가 스스로 통일 관련 전문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은 정보활동, 방첩활동, 비밀공작활동을 수행하는데 통일부는 정보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통일부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 참석해보면 특정 정치세력이 철저하게 장악해 자연스러운 토론을 차단한다. 보수 정부에서는 극우 진영, 진보 정부에서는 좌파 단체가 각각 득세하며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다.

한심한 상황이지만 군사독재 시절이나 민주화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북한 지도부의 역사 인식이나 정치적 성숙도는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한탄만 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 광범위한 데이터(data), 첩보(information)를 수집해 통일정책을 수립, 집행, 평가할 정보(intelligence)를 생산해야 한다.

둘째, 주변국에 대한 정세 파악을 게을리하면 21세기 초와 같이 국가위기(national crisis)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극 대비해야 한다,

조선의 양반은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일(親日), 친청(親靑), 친로(親露), 친미(親美), 친영(親英), 친불(親佛), 친독(親獨)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식민지 야욕이 강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나 미국, 영국 등에 기대려고 시도했지만 이들 국가도 제국주의 약탈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교사나 외교관의 화려한 수사(修辭)에 속아 넘어가 국가 차원의 외교정책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 광범위한 지식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은 진보나 보수, 학자나 일반인, 청년이나 중장년, 공무원이나 민간인 등 신분을 구분하지 말고 통일에 관련된 유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일담론플랫폼‘을 구축해 분단된 국가의 역사, 통일 과정, 통일 이후의 변화 등에 관한 자료를 국민에게 개방해야 한다. 20대가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감이다.

일부 통일 반대론자는 독일의 사례에서 통일 비용을 추산해 제시한다. 서독이 동독 지역의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활 수준을 높이는데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독일은 통일에 성공한지 3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동서독의 생활 격차는 완전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독일의 통일이 실패했다거나 통일 자체를 후회하는 독일 국민은 거의 없다.

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도출해야 할 지식의 가치는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통일 담론에 유용한지로 판단해야 한다. 지식 창출자의 정치관이나 직업, 나이 등은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

일부 지식인이 작성한 철 지난 자료와 논리가 점철된 논문은 더욱 가치가 없으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나 기득권의 논리를 강제할 자료의 유통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식 네트워크의 설계와 운영은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에게 위탁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도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어용 학자나 지식인, 정보통신기술(ICT)만 보유한 기술자, 현장 경험과 글로벌 감각이 부족한 교수 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일부는 남북통일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의 미션(mission)을 재정돈하고 구성원의 역량 개발, 업무 태도(attitude) 변화에 조직의 명운(命運)을 걸어야 한다.

새로 임명된 장관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조직과 패배 의식에 물든 구성원으로 민족적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조직을 없애거나 통일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온 국민의 지혜(wisdom)을 결집하자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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