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내부고발과 경영혁신] 57. 정보사 계엄령 내부 고발 사건... HID 공작원의 요인암살 시도는 실행되지 않아
5공화국 당시에 언론인 테러·정치인 대상 공작에 동원... 정보병과 출신으로 사령관 임명해 정치군인 막아야
민진규 대기자
2025-11-27
영국 소설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49년 '1984'이라는 책에서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국가인 오세아니아에서 일어나는 감시와 처벌에 한 내용을 다뤘다.

오세아니아는 빅브라더(Big brother)라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지도자가 지배하며 현재의 폐쇄회로 TV(CCTV)와 같은 텔리스크린(Tele Screen)을 활용해 모든 국민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영국의 공리주의 창시자인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설계한 원형감옥인 파놉티콘(Panopticon)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한 것이다.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 국민을 감시와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반면에 노르웨이 범죄학자인 토마스 매티슨(Thomas Mathiesen)이 사용한 용어인 시놉티콘(Synopticon)은 다수의 시민이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령 이후 국가 차원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내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탄핵심판과 형사 재판을 살펴 보면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은 성숙된 반면에 권력자의 인식은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사총장 출신으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며 버티다가 나와서는 다른 피고인이나 증인을 직접 심문하는 기행을 보이고 있다.

중요 증인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술에 만취해 기억이 잘못됐다거나 메모지에 쓴 글씨체가 좋지 않다는 등의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검사로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추정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음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국내 최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아 국무총리를 2번이나 역임했음에도 기억력을 운운하며 거짓말을 일삼았다.

비상계엄령을 결정하는 회의 장면이 찍힌 CCTV 장면을 보고서야 계엄 관련 서류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무슨 얘기를 나눴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은 판사 출신임에도 한덕수  전 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선서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증인 선서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당황했다. 이상민 전 장관은 답변 거부권을 행사하며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내란 사건의 핵심 관졔자 3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것은 이들 3명 모두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재판 과정이 TV를 통해 중계되고 국민이 권력자의 파렴치한 민낯을 낱낱이 보기 때문에 시놉티콘이 가능해진 것이다. 비상계엄령 관련 정보사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국군정보사령부 내부고발 사건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5공화국 당시에 언론인 테러·정치인 대상 공작에 동원... HID 공작원의 요인암살 시도는 실행되지 않아

국군정보사령부의 역사는 1948년 설립된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가 기원이며 북한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기술정보(TECHINT)를 수집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정보(HUMINT)를 담당할 북파공작원을 양성하고 파견했다. 1982년 남북공동성명 이후 공식적으로 공작원 파견은 중단됐지만 공작원의 육성과 관리는 멈추지 않았다.

1970년 12·12 쿠데타 세력이 탄생시킨 5공화국 당시에는 공작원을 언론인 테러, 정치인 사택을 침입해 문서절취 공작 등에 동원하며 지탄을 받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군 내부에서 세력을 확장한 정치군인을 퇴출시킨 이후에 정보사는 표면적으로 국내 정치에 관여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국군방첩사령부를 중심으로 정보사, 수도방위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등을 동원해 비상계엄령을 발동했다.

전임 사령관인 노상원과 당시 사령관인 문상호가 주도해 북파공작부대인 HID를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사가 비상계엄령을 준비한 것은 2024년 7월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4년 8월 문상호 사령관과 박민우 여단장이 서로 고소·고발한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반말과 지시거부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작 경험이 없는 사령관이 HID 부대를 장악하기 위해 벌인 사건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진 여단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킨 후 노상원 전 사령관을 주도해 비상계엄령에 투입할 요원을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인 노상원은 군사 3급 비밀인 HID 소속 공작원의 이름이나 출신지 등을 공식적으로 받아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상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령 준비와 관련해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문상호 사령관이나 기타 관련자 모두 군사비밀이나 지휘체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선발된 HID 공작원들은 비상계엄령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의 체포 및 납치, 주요 야당 인사의 암살, 공항 등 주요 시설의 폭파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 인근 부대에 대기했다.

그런데 국회가 2024년 12월3일 저녁 비상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의결하자 출동 자체가 무산되자 행방 자체가 묘연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HID 공작원들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수습됐다.

2024년 12월3일 이후 신원을 밝히지 않은 HID 전·현직 공작원들이 정치인이나 언론에 비상계엄령 관련 작전을 제보하며 은밀하게 자행됐던 공작이 조금 드러났다.

◇ 정보병과 출신으로 사령관 임명해 정치군인 막아야... HID 공작원 신원 보호 및 내부자로 지휘관 임명 중요

정보사는 북한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군정보기관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HID 공작원은 평상시 뿐 아니라 유사시 북한에 침투해 다양한 공작을 수행해야 하므로 운용을 중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HID 부대의 편제를 변경하거나 정보사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우려스럽다. 정보사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상계엄령에 적극 개입한 사람은 문상호와 노상원을 필두로 영관급 일부 장교로 밝혀졌으므로 처벌은 이들에게 한정돼야 한다.

노상원이 주도해 선발하고 서울 인근 부대로 이동했던 공작원은 지휘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이들은 비상계엄령에 대한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HID 부대의 지휘권을 정보사령관에서 국방부 정보본부장이나 기타 부서장으로 이관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노상원이나 문상호는 HID 부대에 대한 이해가 낮고 군사정보를 다룬 경험이 없어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보병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지휘관이 정보부대를 맡으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생겼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야전 부대 지휘 경험으로 정보부대의 전투력을 떨어뜨리거나 망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셋째, HID 부대의 여단장은 반드시 내부에서 승진시켜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장에서 부하들과 같이 땀을 흘리고 신뢰를 쌓지 않으면 목숨을 건 공작을 지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비상계엄령에 문상호와 노상원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명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지휘관도 부하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문상호와 대립하다 좌천된 여단장이 조직을 잘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째, HID 공작원을 대상으로 국가관과 윤리교육을 강화해 불법 명령에 복종하지 않도로 조치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관은 투철하겠지만 소수 정치군인들이 오염시킨 내용은 바로 잡아줘야 한다.

과거 군사정부에서 정권과 국가를 혼동한 것처럼 윤석열정부에서 출세한 정치 군인들도 잘못된 국가관을 갖고 있었다. 계급이 장군급으로 올라가고 나이가 60살에 가까워졌지만 정신 연령은 철이 제대로 들지 알은 어린아이들에 불과했다.

다섯째, HID 부대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 정보사령관이라고 해도 공작원의 신원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에게 관련 정보를 넘기라고 지시한 사령관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투입해 육성한 공작원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호해줘야 한다. 공작원의 이름 등 신상을 군사 3급 비밀이 아닌 2급 비밀로 격상하고 HID 부대장 외에는 접근권을 막아야 한다.

종합적으로 정보사 내부고발은 사령관이 불법적인 동원명령에 대한 진실을 밝혀줬을 뿐 아니라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치 군인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거나 견제할 장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은 높다. 내부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외부 관련 전문가로 TFT를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산업 ·건설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