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안전운동] 3. K-안전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K-안전 모델로 안전 시민운동 촉발시켜야 후진적인 안전 사고 예방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19-02-01
1876년 일본 제국주의는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이후 조선의 이권을 침탈하기 시작했고 근대화라는 명분으로 각종 철도, 전기, 도로, 수도, 현대식 건물 등 산업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500년 동안 쇄국정책을 펼치던 조선이 1910년 망한 이후 일제가 만주지방을 본격적으로 침략한 1930년대 초까지 조선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32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쪽 지방에 대규모 산업시설, 남쪽은 식량수탈을 위한 인프라 등으로 체계적으로 건설했다.

1950년 6〮25전쟁으로 남북한에 위치했던 산업시설, 인프라 대부분이 파괴됐고, 남한 지역은 미국과 유엔의 원조사업으로 기초 인프라는 복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80년대 중화학공업, 1990년대 전자와 조선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대규모 공단을 곳곳에 건설했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주택, 도로, 전기, 가스 등 기초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지만 한국식의 ‘대충 대충’과 ‘빨리 빨리’라는 원칙이 적용되면서 부실의 씨앗이 심겨졌다.

결국 부실과 가용수명이 지난 자재로 인해 원시적인 안전사고가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에 급급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진국들이 안전을 염두에 두고 건물과 설비를 설계할 때 한국은 대충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겉치레 치장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급증하는 안전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판단된다. 

◇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손실이 더 위험해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사업장의 각종 위험공정 및 설비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통해 잠재된 유해〮위험성과 유해인자를 도출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인 개선대책을 제시하는 등 기술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작업조건 및 작업방법에 대한 평가, 보호구〮안전보건장비 및 작업환경 개선시설의 평가, 유해 물질의 사용〮보관〮저장 등 평가, 기타 작업환경 및 근로자 건강유지〮증진 노력 평가 등이 주요 업무이다. 위험도는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을 합해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분류한다.

산업안전 검사에 대한 법적 근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로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 기구, 설비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안전에 관한 성능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검사기준에 맞는지 고용노동부장관이 실시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외에도 안전진단과 컨설팅을 수행하는 단체나 기업이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산업현장 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충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국내 현장의 담당자나 관리자가 항상 마음에 두고 관리할 수 있는 안전진단 모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K-안전진단 모델 [출처=iNIS]


첫째, 안전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고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작업 현장의 환경, 작업조건, 유해물질의 사용여부, 근로자의 건강유지 등을 평가하는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지표는 미시적인 관점에 해당된다. 매우 중요한 기초지표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이 결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업 현장의 환경이나 작업조건, 유해물질 사용 등을 평가하면 사고 발생가능성은 평가할 수 있다. 나름 객관적인 지표이기는 하지만 외부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현장의 상황을 파악해 사고발생 가능성을 진단해야 한다.

최첨단 반도체공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도 외부의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최근 화재와 가스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장 근로자들은 가스유출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다.

둘째, 사고 방어능력도 정량적 지표보다는 정성적 지표를 통해서도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화재를 초기에 진압했거나 희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지를 통해 파악하는 방식이다. 주요 시설에는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경비나 관리자가 상주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초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초동 조치에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초동 조치가 무엇인지도 정화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관리자도 적지 않은 편이다. 제천 스포츠센타 화재나 밀양 요양병원 화재도 시설 내부인원을 제때 대피시키지 못해서 피해를 키웠다.

세월호 침몰사건에서도 학생들에게 선내에서 구조를 기다리라고 지시한 것이 대참사로 이어졌다. 초동 조치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초동 조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셋째, 자산손실의 심각성도 장비, 근로자, 작업시간, 복구비용, 기회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현장에서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고, 하드웨어 복구비용에는 민감하지만 기회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 서구의 기업들이 장비와 같은 하드웨어의 손실보다는 근로자, 작업시간, 기회비용, 기업의 신용, 기업의 신뢰 등 소프트웨어 비용을 우선시 한다.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도 하드웨어 피해가 막대하지만 통신망 관리에 허점을 보인 KT의 신뢰도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안전사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기업이 망한 사례도 많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나 기업 모두 안전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안전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으며 국민여론이 나쁠 때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식으로 ‘복지부동’하는 것이 최상의 안전 매뉴얼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오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 K-안전 모델로 안전 시민운동 촉발시켜야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미국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를 반대하면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창한 것처럼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도 동일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정부와 기업이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민 스스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애궂은 학생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을 보낸 정치권과 대통령을 촛불로 심판했던 국민의 힘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대응에 분노했지만 정작 아직도 원시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모든 국민의 공동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건전한 시민정신으로 무장해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안전문제도 접근하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정부나 기업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다가는 더 많은 선량한 국민의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안전은 입으로 구호를 외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이나 정부는 돈 타령만 하고 생색나는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K-안전 모델’은 다른 안전검사나 안전진단 모델과는 달리 현장을 상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문 안전관리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 누구나 자신의 주변 인프라에 대해 안전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지표를 구성했다. 안전진단이 전문가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작금의 안전사고 상황을 평가하면 전문가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공자왈 맹자왈’로 유식한 체 하면서 헛된 이론만 들먹이며 실천을 하지 않는 것도 안전 시민운동을 발제 하는데 한 몫 했다. 정부나 기업에서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공무원이나 근로자 이전에 우리 사회의 시민이기 때문에 건전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K-안전 모델을 적용해 산업과 기업을 진단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다양한 의견과 제보를 통해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직급과 재산의 과다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나와 내 가족이 어처구니 없는 안전사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동일하게 인식해야 한다.

‘나만은 예외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학습했으리라고 판단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에 많은 국민이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엠아이앤뉴스의 임직원과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국민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느낄 때까지 안전진단과 제언을 지속할 계획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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