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3. 두산 기업문화 (6) 시스템-경영도구와 운영... 시스템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위기가 반복된다
ERP, CRM, KMS 등 시스템 도입으로 경영선진화 노력 중
민진규 대기자
2013-06-17
두산은 삼성이 일본식 경영을 도입해 성공한 것과는 달리, 미국식 경영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 적극적 M&A를 추진하면서 보여준 두산의 경영방식은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식보다는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에 가깝다.

단기간에 사업구조를 완전하게 뜯어 고치고 성과를 내면서 축배를 들었지만 
밥캡의 저주가 맴돌고 있다는 말이 떠나지 않고 있다. 두산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ERP, CRM, KMS 등 시스템 도입으로 경영선진화 노력 중

두산이 경영도구 관점에서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KMS (Knowledge Management System)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두산건설은 사업수지관리시스템에 ERP, EPM/BI 솔루션을 도입했다. 기능단위로 구동되던 시스템을 프로세스를 통합해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ERP는 기업의 업무전반에 걸쳐 데이터통합에 초점을 맞춘다. 회계나 재무부문에서 효과가 크고, 결산업무도 빨라진다. 


EPM/BI(Enterprise Performance Management and Business Intelligence) 솔루션은 퍼포먼스 스코어카드(Performance Scorecard)를 활용해 성과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를 관리한다. 기업은 EPM/BI를 통해 객관적 성과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가치지향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따뜻한 성과주의를 강조한 것도 성과관리시스템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BI솔루션은 기업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영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DSS(Decision Support System),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 SIS(Strategic Information System)의 핵심솔루션이다.

두산건설은 오라클의 BI솔루션을 통해 손익을 분석한다. 사업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수 백 개의 항목을 정해진 비즈니스 규칙(rule)을 적용해 시뮬레이션(simulation)하고 그 결과를 전자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사업결정에 활용한다. 


두산건설이 건설회사의 애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KMS도 다른 기업과는 달리 건설업에 최적화돼 운영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KMS는 회사가 관리하는 모든 지식을 총망라해 등록하게 되어 있지만 두산의 KMS는 꼭 필요한 지식만 등록하도록 한다.

건설회사의 업무처리에 필요한 법률정보나 인물정보가 별도로 관리된다. 일반적으로 KMS가 중요시하고 있는 CoP(Community of Practice)라고 부르는 지식동아리활동을 위한 공간은 아예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CRM솔루션으로 국내 업체의 디딤(DIDIM, Doosan Infracore Dealer Information Management)을 구축해 운용한다. 이 솔루션은 기존 ERP시스템과 연계돼 고객의 프로필, 실적, 활동보고서, 출장보고서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존의 C/S방식이 아닌 웹(web)방식으로 구동해 이동 중이나 외부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딜러정보가 담당자의 개인 PC에 저장되면서 통합관리가 불가능했는데, CRM솔루션을 구축함으로써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 


2013년 두산은 해외 법인을 통합하는 해외사업장 대상 GSI(글로벌싱글인스턴스) ERP시스템구축을 완료했다. 모두 독일의 ERP 패키지인 SAP기반이다.

GSI ERP
란 해외법인 ERP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것을 말한다. 경영진게 실시간으로 다양한 관점의 의사결정 데이터를 제공해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두산은 GSI ERP로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글로벌 경영관리가 가능해졌다.

두산의 GSI ERP가 기업업무 프로세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데이터를 통합해 주는 것에 한정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의 업무데이터보다는 외부환경변화에 주목해 글로벌정보경영전략(GIMS)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정보경영전략은 글로벌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의 변화도 모니터링한다. 


두산이 해외사업장이 많아 정보통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지만, ERP의 통합은 글로벌정보경영전략의 초기단계에 하는 일이다. 이제 통합된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인 BI단계로 접근해야 한다. 두산건설이 오라클의 BI솔루션을 도입해 수지분석을 위한 시뮬레시션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유리하다. 두산도 정보경영에 대한 성공체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정보경영전략 수립의 니즈가 내부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 시스템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위기가 반복된다

2005년 두산이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우왕좌왕하면서 시스템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은 프로세스로 잘 정의돼야 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당시는 모든 업무가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결국 두산은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장과 오너 일가의 직관과 경험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른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자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그룹 회장이 구속되어 있는 한화그룹과 SK그룹을 비교하면 시스템경영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배임과 횡령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법정구속됐다. 불구속 기소로 경영활동이 자유로웠고, 검찰의 기소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무죄까지 기대했다고 한다. 1심으로 급작스럽게 회장이 구속되자 그룹의 모든 활동이 정지됐다. 

2012년 한화창립 60주년 행사의 세세한 부문까지 옥중에서 지시하면서 회장이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2심 재판을 받던 김승연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이며,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형집행정지가 1차례 연장됐다. 한화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 중이나 주요한 사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선처를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SK그룹은 검찰의 기소내용과 달리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구속됐던 최재원 부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되었고, 불구속 기소됐던 최태원 회장이 1심 판결로 법정구속됐다.

최재원 부회장이 모든 죄를 자백했지만 법원은 허위자백으로 판단했다. 최태원 회장도 불구속 기소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구속될 것이라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전문경영인체제가 구축돼 있어 시스템경영을 하고 있는 SK그룹의 계열사들은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의 사망 이후 손길승 회장체제로 운영되면서 시스템경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SKMS라는 경영원칙을 개발했고, 모든 계열사의 임직원이 지키도록 요구했다.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최태원 회장이 처음 구속됐지만 그룹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경영자와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위험(risk)에 노출돼 있다. SK와 같이 시스템경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기업도 많지 않을 것이다.

두산도 전∙현직 회장들이 조사를 받고 유죄가 확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전문가들은 두산의 경영시스템에 우려를 드러냈다. 두산이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과 전혀 관계없는 박용현 회장을 선임해 신뢰성 위기는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과도경영인에 불과했던 박용현 회장이 물러나고, 동생인 박용만 회장이 취임했지만 두산에 대한 평가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용만 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룹 오너의 리더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기업의 경영환경에서 단기필마로 적진을 누벼야 하는 오너는 위험하고 외롭다. 원래 지주회사는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적대적 M&A에 대한 취약성을 해소하고자 도입했지만 오너의 경영리스크(management risk)를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지주회사가 과거 그룹 회장 비서실이나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본부와 유사한 수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주회사는 계열사 전반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사업방향설정, 위험모니터링도 함께 해 줘야 한다. 


지배구조나 경영시스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기업이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선도기업에서 검증된 경영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 선진화된 경영도구가 단순히 업무효율화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의 역량강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정착될수록 오너의 경영위험은 최소화된다. 두산도 삼성이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에서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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