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공기업 ESG 2차 평가] 2. 2022년 1차 평가 전체 요약... 공기업 1차 ESG 평가는 10년 전 윤리경영의 데자뷔로 낙제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윤리경영에 눈 떴지만 애써 외면하며 공기업 부실 심화... 2차 평가를 통해 경영 혁신 방안 제시할 방침
민서연 기자
2024-08-25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선진화된 조직이고 이익을 창출하는데 최적화된 집단이다. 주식회사이든 유한회사이든 기업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환경 변화에 영리하게 적응한다.

대항해 시대에 창안된 상업 자본주의가 산업혁명을 거치고 근대국가에 최적회된 형태로 발전했다. 기계의 등장과 이윤 극대화로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요소를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20년대 대공항을 극복하며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을 공고하게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1960년대 이후 산업보국을 외치며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에도 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소장 민진규)가 윤리경영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펼친 이유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윤리경영에 눈 떴지만 애써 외면하며 공기업 부실 심화


▲ 국가저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윤리경영 평가 모델 및 지표 [출처=iNIS]

국정연은 1주일에 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상세한 평가를 진행했다. 당시 국내 기업과 학계 모두 윤리경영이라는 용어를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져 분위기를 전환할 모멘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칭 윤리경영을 연구하는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으며 각종 종류의 인증서와 상장이 넘쳐났다. 국정연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공기업부터 평가를 시작했다.

국정연이 2012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년 동안 평가한 우리나라 50개 주요 공기업은 다음과 같다. 순서대로 보면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예금보험공사, 캠코, 신용보증기금,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무험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군인공제회, LH공사, 한국도로공사, 대한석유공사, 대한지적공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학무역투자진흥공사, 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조페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감정원, 한국관광공사, 예술의전당, 한국장학재단, 한국국제협력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에너지관리공단, 가스안전공사, 무역협회, 국립공원관리공단, 여수광양항만공사, 한국거래소, 증권예탁원, 코스콤, 석탄공사 등이다.

50개 공기업의 윤리경영 현황을 평가한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의 기관이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윤리경영을 할 의지조차 없는 공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말기와 박근혜정부의 초기라 감사원과 중앙부처 공직자의 기강이 느슨했을 것이라 추정되지만 용납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치적을 쌓기 위해 동원했던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투자공사, LH공사, 대한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경영부실로 존폐 위기에 직면했었다.

이명박정부는 해외로부터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원외교를 강화했고 과감한 투자는 실패로 귀결됐다.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도 한국수자원공사에게 회복 불가능한 부실을 떠넘겼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를 승계한 보수정권이라 공기업 개혁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정권 말기에 알박기 인사도 넘쳐났으며 조직적 저항도 거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정연이 의도했던 공기업 개혁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후 어치피 달성하지 못할 윤리경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도 드러내놓고 막장 경영을 일삼는 행태가 만연해졌다.

공기업은 정권의 전리품이라 낙하산 인사는 당연지사이며 경영실패는 국민세금으로 메꾸면 된다는 인식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촛불혁명덕분에 정권을 되찾은 문재인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 모두 공기업 경영에 대한 책임 의식은 빈약했다. 그동안 공기업의 적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쌓였다. 공기업들은 윤리경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 공기업 1차 ESG 평가는 10년 전 윤리경영의 데자뷔로 낙제점 


▲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2022년부터 1년 간 공기업 ESG 평가하며 도출한 문제점 [출처=iNIS]

2022년 3월 국정연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윤리경영을 평가한 공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ESG 평가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3월 문재인정부의 말기로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와 알박기 인사가 언론 지면을 매일 장식했다.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던 보수 정당이 인사 중단을 요청했을 정도다.

어찌되었건 국정연은 정권 교체기에 공기업의 경영이 정상적인 파악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시즌2가 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98개 공기업에 대해 ESG를 평가했다. 윤리경영에 적용했던 평가지표를 확장해 8개 중지표, 64개 소지표를 선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공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각종 경영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점도 평가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감사로 비판을 받던 감사원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으나 국회 국정감사로 드러난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

평가를 진행한 공기업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광해공업공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헙중앙회,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KT&G, 인천항만공사, 강원랜드, 한국관광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수자원공사,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주택도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군인공제회, 한국조폐공사, 코스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국제협력단, 새만금개발공사, 수도권매립지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근로자공제회,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수출입은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서민금융진흥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장학재단, 한국제세재정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도로교통공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토안전관리원, 국토연구원, 주식회사에스알,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로지스, 코레일유통, 코레일테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환경공단, 해양환경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한적집자사,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전KDN, 국방과학연구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다.

1차로 공기업 ESG를 평가한 결과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 2012년 윤리경영을 평가하면서 받았던 충격을 국정연 선배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진한 감동(?)의 여운이 느껴졌다.

공기업의 EGS 평가 결과를 보면 가장 먼저 개선할 부문은 거버넌스다. 사회나 환경은 공기업 경영의 핵심이라기 보다는 부수적인 지표에 가까웠다.

특히 낙하산 경영진의 무책임과 무능은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경영진 뿐 아니라 일반 직원의 공공성 인식도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을 단호하게 처리하며 인기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정부에서 공기업의 경영행태가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국정연이 2024년 8월부터 공기업 ESG 2차 평가를 다시 시작한 계기다. 여소야대로 시작한 윤석열정부는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인기를 획득해 2024년 4·10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공기업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도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퇴진 압력과 감사원 감사,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일부 언론을 동원한 여론전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동원됐다.

어찌되었건 윤석열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대한민국 혁신을 목청껏 부르짖고 있다. 지난 2년간 공기업의 ESG가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다. 2차 평가 대상 공기업과 평가 방향은 다음 회에 다룰 예정이다.

- 계속 -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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