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시계획 진단] 01. 도시계획 전문가 배웅규 교수(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 30여 년 동안 도시계획 전문가로 학술연구와 현장 체험 축적하며 사회활동 참여
'로컬리티(Locality)'로 시민 모두 원하는 가치를 맞춤형으로 향유할 수 있어야 미래 도시 경쟁력 확보 가능
배웅규 전문위원
2024-09-08
4대 문명의 발상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BC2700년 전후로 도시의 형태는 갖춰지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시장이 형성되었고 지배자가 머물 건물과 종교 의식을 거행할 사원이 건설됐다.

초보적인 형태의 도시가 완성된 것이다. 고대 도시는 왕궁을 중심으로 행정관청이 배치되고 왕실과 관리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시장은 관공서와 주민의 생활공간을 연결하며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커지면 주택, 도로, 상하수도, 연료 조달, 외적을 방어할 성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대 로마는 정복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도로를 체계적으로 건설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이 생긴 계기다.

20세기 산업화 시대가 종료되고 21세기 들어 정보화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며 도시의 기능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해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비대면 사회가 급격하게 진전된 것도 그 이유에 속한다.

엠아이앤뉴스(대표 박재희)는 1945년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난개발이 진행됐던 우리나라 도시를 재조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배웅규 교수를 중차대한 '아젠다(agenda)를 이끌어갈 전문가로 초빙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겸 엠아이앤뉴스 편집인 민진규가 배웅규 교수의 이력과 최근 칼럼을 간략하게 소개하며 시리즈를 시작할 방침이다.

◇ 30여 년 동안 도시계획 전문가로 학술연구와 현장 체험 축적하며 사회활동 참여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배웅규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도시설계 및 재생으로 석사, 도시설계 및 계획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배웅규 교수는 서울 연남동 휴먼타운과 가리봉 도시재생 총괄계획가를 경험하고 지금은 상생과 창업의 캠퍼스타운사업과 사당4동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설계와 활성화가 연구의 초점이며 현재 이상기후 심화에 따른 적응 설계기법을 고민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생활 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994년 '주민참여방법을 적용한 주거환경개선계획'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도시 계획과 재생 관련 80여 편의 논문은 작성했다. 방대한 분량의 논문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판단했다.

주요 논문의 주제를 살펴 보면 △기성시가지 도시·건축여건을 고려한 환경개선형 도시설계 기법 도입방안 △도시노후지역에서 이해관계자의 특성에 따른 정비방식의 효과성 분석과 적용가능성 △분당신도시 단독주택지 개발실태 분석에 따른 도시설계지침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대학주도 대학마을 재정비 방법 △미국 래드번 주거단지에 활용된 사적규약의 특징 및 시사점 △블록별 토지이용에 따른 강절도 범죄발생 특성 △도심부 철도공간을 활용한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쟁점과 해결과정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주거지 공간위계별 설계요소 도출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주거지 공간위계별 설계요소 도출 △한국 해비타트의 사례분석을 통한 저소득층 주거지 재생방향 △지역별 시기별 농촌주택의 재료 및 구법 특징 변화 △경사지 저층주거지 골목길 녹지배치에 따른 미세먼지(PM2.5) 저감효과 CFD 시뮬레이션 등으로 도시 문제를 모두 망라한다.

연구 논문과 별개로 △서울 도시재생, 기억과 성찰 △도시재생, 현장에서 답을 찾다 △다시 찾은 가리봉 스타일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재생, 함께 △도시계획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 △다시, 농촌마을 주택을 만나다 △우리마을만들기 △한국도시설계사 △뉴 하우징 운동 : 우리 주거문화의 새로운 비전 △세계의도시디자인 △뉴욕시 조닝핸드북 △도시경관과 도시설계 등의 저서를 펴냈다.

다양한 사회활동의 면면도 화려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SH 건축설계공모 전담심사위원회 △수원시 건설기술삼의위원회 △제1기 남산발전위원회 △제16기 LH기술심사평가위원(건설엔지니어링1) △조달청 기술자문위원회 △한국교육개발원 사회정책협력지원센터 자문단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지가차액환수금 운용위원회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 △소규모 정비사업 통합심의회 △광명시 도시재정비위원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2020년 이후 참여한 프로젝트는 △산업단지경관연구 △CFD 배치대안연구 △ICT융합안전교육전문인력양성사업 △광명시 공공건축물 인권영향평가 지표개발 연구 △밀집 주거환경의 도시 미기후 및 질환 데이터를 활용한 보건 취약성 평가와 건강 증진위한 저층주거지 정비모델 개발 및 적용 △(2차)캠퍼스타운사업 캠퍼스타운사업:동작의 청룡(龍), 서울을 날다 △도시미기후 데이터를 통한 열섬·폭염과 미세먼지에 대한 주거지 취약성 평가 방법 개발 △ICT융합안전교육전문인력양성사업 △솔라사이니지 기술의 도시재생활성화구역 공공공간 적용 및 평가 △양천구 최적 도시주택연구 △동작구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한강변 공공공간 조성을 위한 흑석지구 재건축 연계 마스터플랜 용역 △지역재생활동가 및 주민공동체 역량강화 교육 △도시재생 정책개발을 위한 전문가 거버넌스 구축 용역 등이다.

선진국의 도시를 연구하기 위해 방문한 곳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일본은 △나고야 △홋가이도 △됴쿄-일본 지방도시철도개발 및 도쿄 도심개발 사례 △오사카 △고베, △홋가이도 △삿포로-하코다테-철도여행-시모노세키-후쿠오카 등을 답사했다.

다음으로 유럽은 △터키(이스탄불)-우즈벡(타슈켄트) △터키(이스탄불,반,카르)-조지아(바투미,쿠타이시,트빌리시) △이태리(밀라노, 시칠리아) △영국 △네덜란드 △발틱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핀란드+폴란드 등도 방문했다.

미국의 뉴욕을 비롯해 아프리카 ADD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해 케이프타운. 포트엘리자베스 등도 학술연구를 위해 들렀다. 오스트레일리아, 쿠바, 인도, 몽골, 베트남, 캐나다,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답사 여행지에서 빠지지 않았다.

◇ '로컬리티(Locality)'로 시민 모두 원하는 가치를 맞춤형으로 향유할 수 있어야 미래 도시 경쟁력 확보 가능

세계적 대도시 뉴욕은 50년 전 파산위기였다. 뉴욕에서 항구기능의 이전이 저렴해진 자동차와 발달된 고속도로와 교차하면서 제조업 붕괴로 이어지고 1975년 재정위기의 기폭제가 되었다.

항구도시 뉴욕은 멈춰진 고속도로의 건설과 노후지역 재개발로 경제활력을 잃고 휘청거렸다. 제인제인콥스(J.Jacobs)의 장소와 공동체를 살리자는 운동이 이런 위기의 이면에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뉴욕이 당시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의 경제수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촘촘히 깔린 고속도로와 공원을 건설하여 지속성장의 기반시설을 만든 로버트 모세스(Robert Moses) 덕분이다.

제이콥스의 동네와 커뮤니티라는 '거리의 관점'은 극히 인간적이었지만 모세스의 기반시설인 '도시의 관점'은 도시 전체의 필요와 경제 활력과 바로 연결되기때문이다.

2024년 현재 기후위기가 자연재해를 너머 사회재난으로 상시화되고 있다. 올해 여름은 폭염으로 서울은 34일 열대야 신기록을 수립했다.

며칠 전 모 일간지 헤드라인은 "이젠 '광프리카'…'대프리카'는 옛말"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 체감온도를 비교한 결과 광주광역시가 1위, 대구광역시가 11위였다.

최근 5년간 평균 폭염일수도 30년 전에 비해 광주시가 2.5배 증가한 30.6일, 대구시는 1.5배 늘어난 25.6일로 집계됐다.

기후가 역전된 이면엔 대구시가 숲을 늘리고 바람길을 조성하며 추진한 도시정책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이 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생존의 문제이고 이제 지역적 대응과 시민적 실천이 시급하다.

한편 사상 최저의 저출생과 최고의 고령화로 가속화된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활력 저하로 지방이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 전국 0.72명, 서울 0.5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고 고령화율은 전국 19.0%, 서울 18.5%로 전국 8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20%가 넘어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여기에 경제 활력의 핵심이 되어야 할 청년층에서 그냥 '쉬었음'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전체 인구 대비 5.4%에 달하는 사실은 충격을 더한다. 농촌, 중소도시, 대도시도 예외가 아닌 전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행정·재정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비 지원이라는 대증요법에만 그칠 경우 부작용만 남을 것이다. 고유한 지역자산을 활용하고 맞춤형 자생전략을 발굴해 지역의 실효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결 전략이 요구된다.

다수 언론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을 대립구조로 조명한다. 이런 대립 구조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데는 유용하겠지만 소멸위기의 상황에서 결코 유효하지 않다. 어느 한쪽이 잃거나 모두가 손해보는 이런 이분법은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의 맞춤과 가치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중앙과 지방이 아닌 '로컬'과 '익스프레스'로 바라보는 관점이 절실하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고 이런 정체성을 갖춘 수많은 장소가 그 지역의 가치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느린 로컬과 빠른 익스프레스가 공존하며 그 곳의 삶을 잇고 있는 것이다. 로컬의 관점에서 각 지역의 가치에 기반한 익스프레스를 찾는 전향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원하면 언제라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된 일상에서 필요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이제 중앙과 지방, 세계와 변방의 이분법이 사라지고 그 곳의 장소와 독특한 문화가 담긴 '로컬리티(Locality)'로 미래 성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도시에서 존재하는 지역과 장소는 누리는 사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준비되고 원하는 가치를 향유하게 하는 것이 미래 도시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연결된 세상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이기도 하여 어떤 경우라도 그 원리를 외면하면 최적의 대응이 어렵다.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일상에서 맞이할 크고 작은 즐거움이 우리에겐 큰 희망이 될 것이다.


▲ 배웅규 전문위원(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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