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63. 국가 보조금 ‘쌈짓돈’ 쓰듯… 불투명한 회계 ‘잡음’
대학 지원금 수도권에 편중… 7년 동안 4배 이상 늘어
김백건 기자
2022-11-16
지난해 재정 -21억 원… 1조 넘는 부채 갚을 길 ‘막막’
대학 지원금 수도권에 편중… 7년 동안 4배 이상 늘어

구한말 민족지사가 제국 열강의 침략에 맞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사립학교는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학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침체됐다가 해방 이후 부흥기를 맞이했다.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사학비리에 대한 단죄가 시작됐지만 철옹성은 쉽게 붕괴되지 않았다.

사학은 수십 년 동안 돈과 자리를 미끼로 정치인·관료·지식인을 포섭해 우리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부정 채용·공금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만연했지만 사학은 사유재산이라며 치외법권을 주장한다. 학생을 볼모로 잡고 국가 보조금을 쌈짓돈처럼 주무르며 큰소리를 친다.

한국사학진흥재단(KASFO)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KASFO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부채비율 69.6%로 낮지만 상환 불가능

KASFO는 ESG 경영을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ESG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ESG 전략목표는 친환경(탄소 중립) 우수기관, 사회적 책임 선도 기관, 사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 확대,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 실천으로 정했다. 18개의 ESG 전략과제를 수립했지만 정작 중요한 ESG 경영헌장은 제정하지 않았다.

ESG 경영의 기반인 윤리경영·인권경영·안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윤리경영에 대한 공개 자료 중 윤리경영헌장은 없으며 행동강령·청탁금지법·이해충돌방지 준수서약서 등만 있다. 부패행위자 현황 정보는 2015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1건에 불과했다. 2016년 적발한 부패행위는 50만6800원 횡령·배임으로 조사됐다.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ASFO 임원인 전·현직 이사장 등이 규정에 없는 숙소 임차료 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2018년 감사에서 해당 사항을 지적했음에도 ‘임원 숙소 지원’ 규정을 신설해 이사장·사무총장에게 편의를 제공하다 분쟁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총계는 1조1323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1조6257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69.6%다. 부채는 △2017년 9032억 원 △2018년 1조463억 원 △2019년 1조1044억 원 △2020년 1조1240억 원으로 증가세다. 자본총계 역시 △2017년 1조3915억 원 △2018년 1조5347억 원 △2019년 1조5920억 원 △2020년 1조6132억 원으로 매년 소폭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수익은 -301억 원으로 2020년 -322억 원 대비 확대됐다. 동년 재정운영결과는 –21억 원으로 2020년 -16억5800만 원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재정운영결과를 감안하면 1조 원이 넘는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대학지원금도 수도권에 편중돼 개선 필요

지난해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5169만 원,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6400만 원으로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정규직 평균 연봉 대비 123.8%에 달한다. 정규직 여성의 연봉은 4539만 원으로 남성의 연봉 5611만 대비 80.8%다. 무기계약직 여성의 연봉은 6747만 원으로 남성의 6202만 원 대비 오히려 높다.

지난해 국감에서 대학 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2~2019년 동안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이 수도권에만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KASFO의 ‘2012~2019 고등교육 재정분석 사업 현황’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정부의 지원 예산은 총 13조7520억 원으로 2012년 4조3450억 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대학지원 증가액 중 35%인 1조5227억 원이 수도권 대학에 할당됐다.

징계처분은 8월25일 부당업무 지시로 3개월 감봉 처분인 징계 1건만 공개돼 있다. 소송 건수는 △2017년 3건 △2018년 0건 △2019년 4건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9월30일 기준 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법률자문 현황은 △2017년 26건 △2018년 32건 △2019년 26건 △2020년 29건 △2021년 17건 △2022년 9월30일 기준 27건으로 조사됐다.

사회공헌활동에서 봉사활동 횟수는 △2017년 39회 △2018년 26회 △2019년 21회 △2020년 12회△2021년 15회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부 금액은 △2017년 2239만 원 △2018년 1399만 원 △2019년 3784만 원 △2020년 5189만 원 △2021년 4005만 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은 △2019년 1935만 원 △2020년 1977만 원 △2021년 2625만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총 구매액 대비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 비율은 △2019년 1.0% △2020년 1.6% △2021년 1.3%로 조사됐다. 육아 휴직 사용자는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6명 △2020년 6명 △2021년 5명이다. 육아 휴직 사용자 중 남성은 1명뿐이다.

ESG 경영을 위한 비전은 정립했지만 자체 교육을 시행한 이력은 없다. 올해 5월 교육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장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ESG 경영을 위한 교육교재로 마련하지 않았다.


▲ 한국사학진흥재단(KASFO)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 녹색제품 구매 실적 대폭 상승

저공해 자동차 보유 현황은 △2019년 1종 2대·2종 3대·일반차량 3대 △2020년 1종 2대·2종 4대·일반차량 1대 △2021년 1종 2대·2종 4대·일반차량 1대로 집계됐다. 저공해 자동차 구매·임차 현황은 △2019년 1종 2대·2종 1대 △2020년 2종 1대 △2021년 0대로 집계됐다. 동기간 저공해차 의무구매비율은 2019년 달성한 이후 2020년부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9년 23.6%△2020년 29.2%△2021년 26.3%로 20%대를 유지했다. 동기간 기준배출량 318.67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243.45톤CO₂eq △2020년 225.25톤CO₂eq △2021년 235.71톤CO₂eq으로 조사됐다.

녹색제품 구매 실적은 2019년 72.1%에서 2020년 91.2%로 대폭 상승했다. 녹색제품 구매액은 △2019년 5635만 원 △2020년 6397만 원 △2021년 4818만 원으로 집계됐다. 녹색제품은 에너지·자원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한 제품이다.

◇ 사학 스스로 공공성 확보 노력 필요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ESG 경영이 중요한 사회 트렌드라는 점을 인식해 대학에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 ESG 경영헌장조차 제정하지 않았다. 규정에도 없는 임원 숙소 제공으로 지적을 받았으며 관련 임원이 재단을 상대로 지원금을 반환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해 질타를 받았다.

자본금을 늘리고 있음에도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질적인 사업이익으로 부채를 갚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학은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에 속해 신속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Social)=무기계약직의 급여가 정규직에 비해 많은 사례는 공기업에서 드문 현상이다. 여성의 급여도 남성의 80%로 높은 편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우리나라 대학은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남쪽부터 망한다는 자조적인 말이 있음에도 정작 지원금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됐다. ESG 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자체 교육도 전무했다.

△환경(Environment)=다른 공기업에 비해 비교적 빠른 2019년 저공해차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했으며 온실가스도 기준치 이하를 배출하고 있다. 녹색제품 구매 실적도 급상승해 개선의 여지는 많지 않다. 서비스형 공기업으로 오염물질을 과다하게 배출할 가능성도 낮다. 환경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에 속해 경영전략상 고려할 필요가 없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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