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49. 이름만 수도권… 교통오지에 첨단산업 유치 가능할까
핵심 인프라 전무한 클러스터 조성계획은 헛발질, 농촌 일손 덜려다가… 일 더 키우는 외국인 노동자
민진규 대기자
2023-02-02
경기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한곳인 연천군은 휴전선에 인접해 개발이 제한돼 있다. 군사보호구역이 많아 신도시나 공단 건설도 쉽지 않은 편이다. 수도권이라고 부르기에는 교통이 불편해 인구 유입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독특한 지형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한탄강과 임진강을 끼고 있어 관광업이 발전했다. 한탄강은 북한 지역인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포천시를 지나 연천군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협곡이 많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소멸 위험에 처해진 연천군은 농업과 관광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연천군수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군수는 정치인에서 공무원으로 이동

역대 민선 연천군수는 이중익·김규배·김규선·김광철·김덕현이다. 민선1·2기 이중익은 3대 경기도의원을 지냈으며 11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낙선했다. 3·4기 김규배는 3·4대 경기도의원으로 정치 기반을 구축한 후 군수까지 당선됐다.

5·6기 김규선은 3대 연천군의원과 연천군청년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7기 김광철은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다 3·4대 연천군의원을 거쳐 8·9대 경기도의원으로 성장했다. 8기 김덕현은 연천군에서 지역경제과장·총무과장·전략사업실장·기획감사실장을 지낸 퇴직 공무원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연천군수에 당선된 국민의힘 김덕현은 더불어민주당 유상호, 무소속 김광철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김덕현은 5대 공약으로 △군 예산 1조 원 시대 △첨단기술기업 유치 △종합병원급 의료 인프라 구축 △서울·연천 간 고속도로 조기착공 △임진강·한탄강 수변구역 개발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유상호는 △경기도립병원 유치 △관광객 위한 농축산물 브랜드개발 △역사문화 체류형 관광지 개발 △셔틀전철 해결 △국가산업단지 유치 △연천·전곡 간 신도시 유치 △비무장지대(DMZ) 유기농 복합단지 조성 △고대산·지장산 등산로 관광벨트 조성 등을 제시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진 김광철은 7기에 이어 재선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광철의 공약은 △주민 동의 없는 대규모 폐기물 매립시설 반대 △한반도 탄소중립특구 지정 △접경지역 DMZ연합 특별지자체 구성 △동두천·연천구간 복선전철화 조기 착공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연천 연장 등을 내걸었다.


▲ 경기도 연천군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과학기술 0% vs 사회 공약 58.3%

8기에 당선된 김 군수는 후보자 시절 12개 목표·29개 세부공약과 9개 읍면별 특화사업 등 38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선 이후 △사통팔달(四通八達) 8개 △평생복지(平生福祉) 24개 △산업융합(産業融合) 17개 △보존관광(保存觀光) 11개 등 4대 전략·60개 세부공약으로 조정했다.

국정연은 김 군수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60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7)·경제(8)·사회(35)·문화(10)·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8.3%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16.7% △경제 공약 13.3% △정치 공약 11.7%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군민을 위한 다양한 국제교류 추진 △원스톱 행정시스템 구축 △‘연천홍보 큐브채널’구축을 통한 군민 접점 홍보 강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활성화 △관광지 입장료 유료화 확대 추진 기반 마련(재인폭포) △군부대 시설 이전 부지 효율적 활용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경력단절 여성 역량 강화 및 취업 지원 △첨단산업 유치 △기업 유치 지원을 위한 기업지원센터 건립 △기업과 산업 보호 육성 △먹거리 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신서면 한우마을 육성·브랜드화 △스마트농업을 통한 청년농업인 육성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GTX-C노선 연천 연장 △청년 맞춤형 지원 정책 강화 △중장년 맞춤형 지원 정책 강화 △종합병원급 의료 연계 인프라 확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서비스 지원 △인구유입정책 추진 △도시가스 공급망 구축 확대 △농촌인력 지원 확대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문화관광해설사·지질공원해설사 처우 개선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시스템 운영 △국제교육 활성화 △군인 가족을 위한 문화인프라 구축 △권역별 관광벨트 조성 △관내 골프장 유치 △임진강 수변공원 개발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다.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서비스 지원 공약은 AI·IoT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된 제품을 보급하므로 사회 공약에 가깝다. 

◇ 주민 수요 잘 파악했지만 달성은 난망

김 군수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0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농촌인력 지원 확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및 연천군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경우 자국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임금 차이와 정주 여건에 따라 야반도주를 하기 때문에 연천군이 매력적인 근무지가 될 가능성이 낮다. 중계업자가 수수료를 벌기 위해 중간에서 근로자를 빼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온 단순 노무자 공급에만 그쳐 노동의 질이 떨어지고 인건비는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돼 130만 원하던 월급이 200만 원대로 상승했지만 급여와 별개로 노동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연천군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6점을 획득했다. 첨단산업 유치는 반도체·생명공학·우주항공·컴퓨터·신소재 등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다. 임기 이후에 군비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지역 여건에 맞지 않다.

오히려 지역 특성에 적합한 농산물 가공업이나 관광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첨단산업은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집적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다수 관련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연천군의 현재 인프라로 1개 기업도 설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18점을 받았다. 스마트농업을 통한 청년농업인 육성은 스마트농업 10개소 지원 및 귀농 청년창업농 5개소 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마트농업은 정보기술(IT)를 도입한 농업인데 완성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비닐하우스에 자동 온도계만 설치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복잡한 IoT·AI까지 적용해야 스마트농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무인 드론, 무인 트랙터, 무인 파종기 등으로 첨단 스마트 농업을 지향한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6점을 획득했다.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서비스 지원은 현재 국내에 관련 기술을 적용해 개발된 노인돌볼 솔루션이 많지 않아 공무원의 역량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특히 연간 150명, 임기 내 600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려는 시범사업은 3억1200만 원으로 손목 활동량계·체중계·혈압계·혈당계·AI 생활스피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에 불과하다. 진정한 AI·IoT 기반 시스템이라 보기 어렵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2점을 받았다. 국제교육 활성화는 20억8000만 원을 투입해 국내외 어학연수 지원, 국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으로 수혜인원이 제한적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초등학생 220명은 국내, 중학생 40명은 호주로 각각 연수를 보내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달성 목표도 없다.

종합적으로 김 군수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60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02점으로 달성률은 40.8%에 불과하다. 지역 공무원 출신으로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파악해 공약을 개발했지만 공무원 역량이나 예산 등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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