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과 화이트기업] (45)블랙기업에 입사를 하지 않아 망하게 하는 것이 구직자와 사회 모두에 유리
민진규 대기자
2016-07-07 오후 4:02:58
◈ 구직자가 생각하는 블랙기업의 기준이 모두 합리적인 것은 아님

국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2016년 5월 25일 블랙기업에 관련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구직자에서 익숙하지 않은 블랙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것이다.

사람인이 규정한 블랙기업은 비인격적 대우가 만연한 기업, 야근/주말출근 등 초과근무 강요 기업, 군대식 문화 등 소통이 안 되는 기업, 채용공고가 너무 자주 올라오는 기업, 급여/휴가 등 회사규정 설명 안 해주는 기업,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안주는 기업 등이었다.

한국의 구직자가 블랙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그동안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블랙기업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일본의 블랙기업을 조사한 결과와 비슷했다.

다만 블랙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지 않고 블랙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만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일부 내용은 블랙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화이트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채용공고가 너무 자주 올라오는 기업은 입사자가 너무 빨리 퇴사를 해서 발생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사업을 확장 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제대로 안주는 기업도 블랙기업이라고 규정했는데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에 시간외 근무수당을 정확하게 지급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외 근무수당의 경우 사무직보다는 생산직에게 어울리는 개념이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도 생산직에게는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통례다.

일반 사무직이나 연구직의 경우 업무의 속성상 시간외 근무를 할 경우가 많고 한국 직장인의 경우 업무의 난이도보다는 집중도가 낮아 시간외 근무를 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 블랙기업이라고 판단될 경우 주위의 설득을 무시하고 입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블랙기업에 입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다수인 90%에 달하는 응답자가 ‘입사를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입사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오래 못 다닐 것 같아서’와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 같아서’가 1, 2위를 기록했다.

입사를 하겠다는 구직자는 ‘취업이 어려워서’와 ‘당장 돈을 벌어야 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일부 응답자는 좋은 기업에 이직하기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서 블랙기업이라도 입사한다고 답변했다.

다른 응답을 보면 ‘단점이 없는 기업이 없다’, ‘다니다 보면 개선될 것 같아서’, ‘주위에서 참고 다니는 것을 봐서’ 등이 있다.

응답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인생경험이 부족한 구직자들이 직장생활과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기업은 오너가 바뀌지 않는 이상 화이트기업이 될 가능성이 낮다. 기업의 DNA를 기업문화라고 하는데 인간의 성격과 마찬가지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정보와 감각으로 지원하는 회사가 블랙기업이라는 판단이 들면 아무리 취직이 어려워도 입사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인생에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선배 등 주위 사람이 아무리 일단 입사하라고 설득해도 자신의 판단을 우선해야 한다.

구세대에 속한 부모님, 선생님, 선배 등 대부분의 일반인은 미래에 대한 판단력이 탁월하지 않다. 나이가 들었다고 인생을 잘 안다거나 현명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블랙기업에 취직을 하지 않아 망하게 만드는 것이 구직자나 사회 모두 유리

블랙기업은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본성을 악하게 만든다. 기업과 개인의 삶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취업을 하게 되면 생활의 대부분이 직장과 연관이 된다.

1일 24시간 중 집에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거나 직장 관련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경우 개인에게 맹목적으로 일(work)에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요즘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은 서구 선진국에서나 통용된다.

자신이 다니는 기업이 블랙기업일 경우 자신도 블랙직원이 돼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자신의 성격이나 철학은 중요하지 않다. 블랙기업에서 화이트직원의 설 자리는 없다.

블랙기업의 경영진은 착하고 일 잘하는 직원보다는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더라도 기업에 이윤을 더 많이 안겨 주는 직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블랙기업에 들어가더라도 다니다 보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해 입사를 결정하겠다는 구직자는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취업이 되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블랙기업에는 입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구직자가 블랙기업에 입사하지 않겠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블랙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망한다.

블랙기업이 망하게 만드는 것이 구직자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유리하다. 블랙기업이 망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사회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구직자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 합심해 한국에서 블랙기업의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직자들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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