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68. ESG 헌장 선포하고도 내용은 비공개… 생색만 내나
연구개발 발목잡는 방만 경영… 혈세로 줄줄
김백건 기자
2022-12-01
ESG 경영 교육 ‘0’ 등 임직원 역량 향상 뒷전
연구개발 발목잡는 방만 경영… 혈세로 줄줄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국가개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이 초연결·초지능으로 구현되는 스마트국가·스마트사회·스마트시티가 점차 현실화되는 중이다.

1990년대 초부터 급격하게 진전된 정보사회에서는 사회 운영 원리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것보다 더 많은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조오지 오웰이 1949년 집필한 소설책인 ‘1984년’에서 그린 미래사회 지배자인 ‘빅브라더가’도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교통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공기업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다.

KAIA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KAIA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ESG 헌장 선포식 후에도 내용은 미공개

7월25일 준정부기관 최초로 임직원 행동 규범을 포함한 ESG 헌장 선포식을 진행했다. 임직원의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ESG 스케일업 30 프로그램’과 성과 보상책도 마련했다. 헌장 선포식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ESG 비전인 ‘지속 가능한 국토공간, 신뢰받는 KAIA’와 15대 전략과제를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ESG 경영헌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 홈페이지의 ‘사회적 가치’ 부분에 사회적 가치 추진전략과 비전, 중장기 로드맵 등을 제시했다. 윤리경영·인권은 경영헌장·행동강령·서약서 등을 구비했다.

연도별 경영평가 지적 사항을 살펴보면 △2017년 국토교통산업·기술 기반조성 4개 △2018년 해당사항 없음 △2019년 보수·복리후생 및 윤리경영 각 3개, 주요 사업 성과관리의 적정성 8개 △2020년 리더십·윤리경영·조직 및 인사 일반·합리적인 보수 및 복리후생 제도 구축 각 1개, 국토교통기술 연구 인프라 고도화 사업 성과관리의 적정성 2개 △2021년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윤리경영 각 1개로 조사됐다.

자체 감사부서는 정원 3명에 현원 3명으로 부족하지 않지만 전문 인력은 확보하지 않았다. 소송현황은 △2017년 0건 △2018년 1건 △2019년 1건 △2020년 0건 △2021년 0건 △2022년 6월30일 기준 0건으로 양호하다.

지난해 기준 부채총계는 69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149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46.7%다. 부채는 △2017년 30억 원 △2018년 31억 원 △2019년 45억 원 △2020년 97억 원으로 2019년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자본총계는 △2017년 70억 원 △2018년 91억 원 △2019년 108억 원 △2020년 157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6446억 원으로 2020년 5478억 원 대비 늘어났다. 동년 당기순이익은 14억 원으로 2020년 1억 원 대비 급증했다. 부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부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약 5년이 소요된다.

◇ 여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남성의 2배

지난해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543만 원,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4553만 원으로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정규직 평균 연봉 대비 53.2%에 불과하다. 정규직 여성의 연봉은 7014만 원으로 남성의 연봉 9097만 원 대비 77.1%다. 무기계약직 여성의 연봉은 4277만 원으로 남성의 5152만 원 대비 83.0%다.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무기계약직에 대한 연봉 차별은 큰 편이다.

지난 5년간 징계 건수는 △2018년 1건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2건으로 집계됐다. 수사기관에 고발한 사례는 없으며 징계사유는 △성실의무 위반 5건 △복무규정 위반 1건 △청렴의무 위반 1건 등으로 조사됐다. 징계종류는 견책·감봉·정직 등이다.

사회공헌활동에서 봉사활동 횟수는 △2017년 13회 △2018년 19회 △2019년 20회 △2020년 22회 △2021년 30회로 증가세를 보였다. 기부 금액은 △2017년 745만 원 △2018년 940만 원 △2019년 1574만 원 △2020년 1930만 원 △2021년 1986만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3년간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은 △2019년 8600만 원 △2020년 9800만 원 △2021년 1억14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총구매액 대비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 비율은 △2019년 1.4% △2020년 1.3% △2021년 1.0%로 감소 추세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중 육아 휴직 사용자는 △2017년 10명 △2018년 12명 △2019년 14명 △2020년 17명 △2021년 1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여성 사용자는 10명 내외로 5명인 남성의 2배가 넘었다. 직장어린이집은 운영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ESG 관련 해외 사례 보고서 등은 공개하고 있지만 임직원 ESG 역량을 높이기 위한 ESG 경영교육을 진행한 사례가 없다. ‘ESG 스케일업 30 프로그램’과 성과 보상책만으로 ESG 경영을 고도화시키기 어렵다. ESG 교육을 위한 관련 자료도 준비하지 않았다.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 전체 비용 대비 녹색제품 구매액 너무 적어

본사 에너지 총사용량은 △2016년 5.1TJ(테라줄) △2017년 5.0TJ △2018년 5.0TJ △2019년 5.2TJ △2020년 4,8TJ로 감소세를 보였다. 저공해 자동차 보유 현황은 △2019년 2종 3대·일반차량 2대 △2020년 2종 3대·일반차량 2대 △2021년 1종 3대·일반차량 2대로 집계됐다. 저공해 자동차를 구매·임차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9년 45.6% △2020년 51.0% △2021년 70.2%로 계속 증가했다. 온실가스 기준배출량은 35.3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유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9.2tCO₂eq △2020년 17.2tCO₂eq △2021년 10.5tCO₂eq으로 감소했다.

녹색제품 구매 실적 비율은 △2019년 90.3% △2020년 96.8% △2021년 106.3%로 집계됐다. 녹색제품 구매액은 △2019년 1억4100만 원 △2020년 1억2100만 원 △2021년 1억3400만 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구매한 녹색제품 구매액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

본사 폐기물 발생 총량은 △2016년 17.3t △2017년 19.4t △2018년 26.0t △2019년 26.2t △2020년 22.7t으로 집계됐다. 폐기물은 폐지와 같은 사무용품보다는 각종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교육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지침 수립 필요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ESG 경영헌장 선포식은 거행했지만 헌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리경영에 관한 체계는 잘 구비했기 때문에 ESG 경영도 윤리경영 수준에서 파악해 추진하지 않나 의심된다.

부채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자본을 증액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경영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개발이 주요 임무인 공기업이 부채를 유지하는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 경영계획을 부실하게 수립했거나 상급기관에서 무리한 연구 과제를 부여하지 않으면 빚이 생기지 않는다.

△사회(Social)=직원이 16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지만 직원의 불법행위나 징계가 연간 1건 내외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봉사활동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활동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다만 육아휴직을 가는 남성이 여성의 절반에 그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ESG 경영을 조직 내부에 이식·발전시키려면 단순히 해외 사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임직원이 개인·조직·국가 차원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환경(Environment)=서비스형 공기업으로 환경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녹색제품 구매금액이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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