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20. 대성 기업문화 (4) 성과-이익과 위험... 기존사업은 안정적이나 새로운 사업은 손실누적
에너지 트릴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지 고민할 때
민진규 대기자
2013-12-23
대성은 창업자의 사망 이후 형제간의 사업분할과 다툼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3형제가 계열사를 경쟁적으로 늘렸지만 대부분의 계열사가 매출이 없거나 내부거래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좀비(zombie)기업에 불과하다.

또한 본업과 관련 없는 신사업을 무분별하게 펼치고,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해외사업을 펼치면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대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기존사업은 안정적이나 새로운 사업은 손실누적

대성의 주력사업인 도시가스 공급업은 주요 시장이 포화되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정부의 가격통제정책으로 인해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자체가 특별한 사업적 노하우나 경영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하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을 깔고 운영하면 된다. 이런 단순한 사업에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현재 정부가 도시가스요금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이익 외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대성합동지주의 주력계열사인 대성산업이다. 대성산업은 무리하게 펼쳤던 사업을 축소해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도림역에 건설한 디큐브시티 오피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을 매각하고, 주요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를 매각하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외식사업인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 디큐브차이나풍도 지난 11월부터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는 2012년 29억 원의 적자를 냈고, 디큐브차이나풍도 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와 디큐브차이나풍의 지분 90% 이상을 대성산업이 보유하고 있다. 


대성산업은 2011년 6월말 기준 2조 2000억 원이 넘던 차입금이 2013년 11월 말 기준 1조 5000억 원대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2012년 매출 1.2조원에 당기순이익은 940억 원 적자이고, 2013년 상반기 결산 매출은 5800억 원에 당기순이익은 적자규모가 더 커져 23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사업도 분할하고, 기타 사업도 빠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 해 유동성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성합동지주가 우량계열사인 대성산업을 동원해 신규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다가 대성산업마저 궁지에 몰아 넣은 것이다.

건설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에 시장진입을 이해할 수 있지만, 외식사업에 진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정과 내실을 중시하면서 유관분야 외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던 서울도시가스그룹도 2008년 설립한 굿캠퍼스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굿캠퍼스는 서울도시가스가 50억 원을 출자해 만든 외국어학원이다. 2010년 매출액 14억 영업이익 10억 내기도 했지만, 2011년 매출액 23억 원에 영업손실 8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굿캠퍼스가 청산을 하면서 서울도시가스는 그동안 투입했던 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 도시가스공급업을 하는 회사가 뜬금없이 외국어학원사업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밀어 부쳤다가 손실만 낸 것이다. 


막내인 김영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성그룹도 새로운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펼치고 있는 농업개발사업, 몽골에서 펼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은 없다.

기타 국가에서 벌이고 있는 해외사업도 ODA자금에 기대고 있어 미래가 밝지 않다. 김영훈 회장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사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 교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신규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IT와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코리아닷컴도 2006년 인수한 이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적자로 인해 자본금은 전액 잠식되었다.

현재 20만 명 정도의 사용자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포털사이트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으로 압축되었다. 온라인 사업의 속성상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1, 2위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망하게 되어 있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지원사격을 받아 유지했던 국내 3위 업체였던 네이트도 사업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데, 유명무실해진 코리아닷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부활될 가능성은 없다. 회장이 하고 싶어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회생이 불가능한 사업을 유지해서는 안된다. 


◇ 에너지 트릴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지 고민할 때

에너지 산업이 직면해 있는 3가지 어려움은 에너지 불균형, 미래에너지 쟁탈전, 환경오염인데, 이를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라고 한다. 트릴레마(trilemma)는 세 가지 옵션 중 각각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먼저 에너지 불균형은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와 부족한 나라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2013년 기준으로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13억 명에 달한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 국가들은 전기가 넘쳐나 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지만,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는 전력난으로 제한송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미래에너지쟁탈전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샌드오일, 심해유전 등이 대표적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열, 지열, 풍력, 조력 등으로 다양하지만 상업성을 확보한 에너지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아직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생산에 너무 많은 돈이 들고, 석유와 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설 자리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온난화를 무기로 한 탄소배출권,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가느다란 생명을 이어왔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셰일가스도 엄청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채굴방법과 경제성 때문에 개발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매장량이 풍부한 유럽의 경우 인구밀집지역 인근에 매장되어 있고 수압파쇄법으로 인한 지하수오염, 지층붕괴 등의 가능성 때문에 지역주민과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셰일가스가 대부분 3000미터 이하에 매장되어 있어 채굴 기술력도 부족하고, 경제성도 낮아 개발하지도 못하고 있다. 샌드오일의 경우에도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데, 현재 100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당분간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열, 풍력, 조력 등도 아직 걸음마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활발하게 기술개발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가 풍력발전이다.

독일, 네델란드, 영국 등지에서 풍력발전소가 많이 설치되고 있지만 풍광을 해친다거나 야생조류에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풍력발전은 규모에 비해 발전량도 미미하고, 고장이 잦아 효율성도 낮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은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화석연료사용 등을 불문하고 심각한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은 1986년 소련의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체르노빌폭발사고에서 출발해 2011년 일어난 일본의 후쿠시마원전사고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다. 체르노빌폭발사고는 30여 년이 지난 아직도 수습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완벽한 관리능력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3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까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인근 지하수와 바다를 오염시켜 수산물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주변지역을 방사능으로 뒤덮어 농산물 원산지 확인 전쟁을 초래한다. 


화력발전도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화석연료의 사용도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심화시킨다. 최근 한국까지 확산되면서 국제분쟁을 초래하고 있는 미세먼지도 차량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석탄연료에 의한 것이다.

중국은 천연가스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아직 석탄이 주요 난방연료이다. 중국 전역이 본격적으로 난방을 시작한 11월 중순부터 미세먼지가 악화된 것도 차량이 아니라 난방이 주요인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환경은 한번 오염되면 완전한 치유가 불가능하고, 1차, 2차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중국도 미세먼지로 인해 1차 피해가 교통혼잡을 초래하고, 호흡기 환자를 늘리는 수준에 그치지만, 인간과 동물, 나무에 어떤 2차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에너지트릴레마는 한국정부조차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대성이 에너지기업으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다른 그룹과 달리 고민을 심각하게 할 필요성이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할 경우 에너지 전문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단순한 도시가스공급업체로 남게 될 것이다.

특히 대성그룹의 김영훈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도 미래에너지 쟁탈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접근방식이나 솔라윈시스템으로 대성그룹이 태양광발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종합적인 차원에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모든 에너지기업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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