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20. 대성 기업문화 (8) 기업문화 진단후기... 형제가 화해하고 사업의 방향 정립부터 시작해야
정치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민진규 대기자
2013-01-06
가난했던 시절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큰 조력자는 시커먼 연탄이었다. 지금은 도심의 변두리나 달동네에서만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연탄이지만, 과거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연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했다. 가난한 서민은 겨울을 나기 위해 수 백장의 연탄을 집안에 들여 놓은 것만으로도 마음만은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연탄이 연말연시 연례행사에 벌이는 전시성 불우이웃돕기행사 소품으로 전락했지만 40대 중∙후반만 되어도 연탄에 얽힌 사연 하나씩은 갖고 있다. 오랫동안 연탄을 보급해 전국민과 애환을 같이 했던 대성이 산업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먼저 들었다.


◇ 형제가 화해하고 사업의 방향 정립부터 시작해야

대성은 연탄사업이 부진해지자 도시가스사업으로 재빠르게 변신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도시가스사업은 SK그룹, GS그룹 등과 같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대성과 같이 연탄제조업을 하던 삼천리그룹도 일부 지역에서 도시가스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연탄시대에 국내 난방시장 전체를 호령한 것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도시가스사업에만 전력을 기울였다면 대성과 삼천리그룹이 시장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신사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기존사업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아니고 2세나 3세인 경우 자신이 부모에게 물려 받은 사업은 구태의연하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사업을 벌여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기존 사업은 가만히 둬도 잘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이 벌인 사업, 즉 돈도 되지 않는 사업에만 관심을 쏟다가 물려 받은 사업마저 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성의 경우에도 3형제가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했고, 개별 사업군을 갖고 분가한 형제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고 무모하게 계열사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이제 3형제가 화해를 해 무분별하게 확장한 중복사업이나 가스와 연관성이 낮은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대성합동지주의 경우에도 건설과 유통부문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가 궁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가스배관공사를 하던 경험으로 아파트와 상가개발에 성공할 수 없다. 건설업에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하면 쉽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한국에서 아파트와 상가건설사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유통도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G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버티고 있어 대성합동지주의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대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웅진그룹, 한화그룹 등 많은 그룹들이 뛰어들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다. 대구경북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경험과 역량으로 태양광발전사업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억지다.

대성그룹이 태양광 발전사업의 핵심인 태양광패널이나 전지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 설치 사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욱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다. 김영대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겠지만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도시가스그룹도 서울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영어교육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것 자체가 무모한 결정이었다. 단돈 수십 억 원을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망했다. 영어교육사업이 외국인 선생 몇 명 고용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교육경험이 일천한 서울도시가스그룹이 할 만한 사업은 아니었다.

최근에도 가스요금고지서를 활용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시도는 좋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 되기는 어렵다. 서울도시가스그룹도 본업에 충실하면서 가스와 연관된 사업으로만 확장하는 것이 좋다. 


대성은 대기업이 장악한 도시가스 공급사업에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건설, 유통, 교육, 신재생에너지로 확장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유통, 교육,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보다는 도시가스공급, 산업가스공급, 충전소사업 등 가스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대성산업가스도 사업성이 높고, 차량용과 LPG용 가스충전소 사업도 교육이나 유통보다 대성의 기업문화에 적합하다. 미래산업이라고 해도 대성의 기업문화와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 정치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국의 재벌역사는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해방이 되면서 일제가 수 많은 백성들의 재산을 수탈해 쌓은 후 버리고 도망간 식산재산의 불하가 재벌역사의 시작이었고, 6∙25동란을 거치면서 보급물자의 배분, 개발독재시대에는 정치적 특혜가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막대한 정치적 특혜를 받았지만 망한 기업도 있고, 적절하게 잘 조절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정치권과 반목을 해 망한 대기업도 많다. 한국의 기업가에게 정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가까이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멀리해서도 안된다. 


기업이 정치와 유착관계를 유지할 경우 소위 말하는 100년 기업이 되기는 어렵다. 기업은 정치적 특혜가 아니라 소비자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는 본원적 경쟁력에 의해서만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기업이 기술개발에 매진할 필요도 없고, 소비자를 먼저 생각할 이유도 없다. 정치적 특혜로 단기간에 엄청나게 덩치를 키우고, 돈을 번 것처럼 보였던 기업들 대부분 망했다.

한국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부문이 민간부문보다 작아서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정치적 특혜를 받아도 기업을 키우거나 유지시키기는 쉽지 않게 된 것이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한참 진행되던 때에 대성이 정치적 논란에 중심에 섰다. 대성합동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대성산업이 한국정책금융공사로부터 40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게 된 것이다.

대성산업은 주요 사업도 아닌 디큐브시티개발과 건설업에 뛰어 들었다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채권은행조차 자금지원을 꺼렸는데,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자금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사회기반시설의 확충과 같은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지, 부동산 개발을 하다 부도위기에 몰린 대기업을 지원한 적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어찌 되었건 한국정책금융공사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은 대성산업이 다양한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디큐브시티와 기타 자산의 매각으로 부채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2013년 결산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적자가 확실하고, 이로써 2011년부터 3년 내리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의 영업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성산업이 부채부담을 해소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대성합동지주의 김영대 회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대성의 창업정신이 봉사, 성실, 진취이며, 창업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윤리경영이라고 주장했다.

윤리경영의 핵심은 투명한 경영(Transparency), 공개된 경영(Openness), 공정한 경영(Fairness)이라며, 어떤 이익이 따르더라도 윤리경영을 훼손할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대성이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윤리경영이 중요하며, 모든 임직원이 이를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급하다고 정치적 특혜 의혹이 강하게 불거질 수 있는 지원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지원이 정치적 특혜가 아니더라도 분명 정상적인 대출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당시 2조원이 넘는 부채를 4000억 원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단기간의 응급처치를 위해 신념을 너무 쉽게 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채권은행까지 자금지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지원은 반가웠겠지만 뜨거운 감자를 삼켰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뱉기는 어렵지만 하루 빨리 한국정책금융공사의 빚을 갚는 것이 정치적 특혜의혹의 눈길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업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봐야 하기 때문에 생노병사(生老病死)를 피해갈 수 없다. 병이 찾아 오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병이 들면 좋은 약으로 빨리 치료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지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위험이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미래의 위험을 시뮬레이션(simulation)으로 대비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해야 한다.

위기관리시스템의 핵심은 기업의 내∙외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경영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글로벌경영정보전략(Global Intelligence Management Strategy, GIMS)시스템이다. 대성도 너무 늦기 전에 정보경영의 중요성을 파악해 잘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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