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51. 전임 시장 정책 줄줄이 뒤집기… ‘내로남불’ 시정 논란
예산 효율성 핑계로 일부 사업 중지 ‘아전인수’ 논란, 꼬리무는 부정청탁·특혜… 3년 연속 청렴도 5등급
민진규 대기자
2023-02-08
고려 현종 때 버드나무가 무성하다며 지어진 양주라는 명칭은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왔다. 경기북부 대표 도시인 의정부·동두천·남양주가 분리된 이후 한적한 농촌으로 머물다가 2003년 시(市)로 승격된 경기도 양주시는 수도권의 높은 주택가격을 피해온 주민으로 도약의 전기를 맞이했다.

인근 지역에 비해 교통이 불편했지만 지하철 1호선이 연결됐고 7호선마저 연장되면 그동안 불편했던 교통난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죽·염색·원단을 취급하는 중소형 공장이 많지만 유입되는 주민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도의 분리를 목표로 의정부·동두천과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양주시는 자족도시를 목표로 양주테크노밸리를 건설하는 중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양주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1~8기 모두 공무원 출신이 독점

역대 민선 양주군수와 시장은 윤명노·임충빈·현삼식·이성호·강수현이다. 민선1·2기 군수 윤명노는 경기도청에서 지방공무원을 지낸 공무원 출신으로 양주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광명시와 의정부시에서도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2기 군수 및 2·3기 시장 임충빈은 경기도청과 연천군·양주군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2기 군수 시절인 2003년 양주군이 양주시로 승격되면서 초대 시장이 됐다. 임충빈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3기 시장에 당선됐다.

4·5기 현삼식은 양주시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6·7기 이성호는 현삼식과 동일하게 양주시에서 공무원을 하며 지역에서 인심을 얻었다. 8기 강수현은 전임자들과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양주시청의 다양한 직책을 섭렵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양주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강수현은 더불어민주당 정덕영, 무소속 홍성표와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강수현은 5대 공약으로 △전철 7호선 고읍·옥정 구간 분리 시행 추진 △서울·양주 고속도로 조속 추진 △경기도립 24시간 어린이전문병원 건립 △과밀학급 지역 초·중·고교 증축 또는 적기 신설 추진 △청년일자리 창출 및 청년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낙선한 민주당 정덕영은 △과감한 양주시정 개혁 △도약하는 경제도시 △막힘없는 교통도시 △함께 잘사는 균형 발전 도시 △수준 높은 교육·문화 혁신도시 등으로 표심을 얻으려고 시도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홍성표는 행정·산업·복지·문화·생활·교육 등 6개 분야 혁신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필드급 쇼핑 테마파크 유치를 대표 공약으로 밀었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 경기도 양주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74% vs 경제공약 8%

8기에 당선된 강 시장은 선거 공보물에 5대 전략·63개 공약과 지역별 공약 37개·읍면동 공통공약 8개 등 총 108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공약은 △서민 중심의 열린 도시(10) △동반성장의 열린 도시(15) △미래 선도의 교육도시(15) △행복 동행의 복지도시(22) △아름다운 일상의 문화도시(25) △안전한 삶의 그린도시(36) 등 6대 전략·123개 공약으로 조정됐다.

국정연은 강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123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20)·경제(10)·사회(68)·문화(24)·과학기술(1)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5.2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19.51% △경제 공약 8.13% △정치 공약 16.26%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08%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시민 옴부즈만 제도 기반 마련 및 시행 △감사담당관 외부 공개 채용 △시장 직속 시정혁신자문위원회 구성 △공모사업 등을 통한 예산 확보 기여자 승진 우대 △열심히 일하는 공직사회 정립으로 질 높은 행정서비스 제공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투자유치위원회 구성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양주테크노밸리 첨단산업클러스터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 구축 △4차 산업 기업 유치와 창업지원 통합서비스망 구축 △100대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소득 증대 △스마트 농축산 육성 지원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동·서부권 도시첨단산업단지 추가 조성 △여성 사회참여 기회 확대 및 취업지원 강화 △양주형 청년일자리 창출 및 구직 지원사업 추진 △세대·계층별 맞춤형 취업지원센터 강화 △소상공인 지원 확대 △경기북부 공공거점 의료센터 유치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대학병원 유치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진로·진학·직업·교과학습 등 종합지원시스템(온라인 플랫폼) △다문화교육지원 확대 및 교육권 보장 △청소년 문화센터 및 전용공간 조성 추진 △기산저수지 모노레일 유치 △옥정중앙공원 세계 수준의 레이저 분수쇼와 드론 라이트쇼 상설 공연 △드론비행장 건립으로 관광사업 활성화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 추진 1개뿐이다. 

◇ 무사안일·복지부동으로 지역 발전 불가능

강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17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드론비행장 건립으로 관광사업 활성화는 드론비행장을 구경하려고 올 관광객이 적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다. 기존 비행장을 활용해 드론비행장을 건립하고 관광·교육·산업·농업·레저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열심히 일하는 공직사회를 정립은 국민권익위원회가 평가하는 내부 청렴체감도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등급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취약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인사위반·부당지시·부정청탁·특혜제공 등이 미흡해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양주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9점을 획득했다. 경제와 사회 공약 대부분이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 추진은 경기도가 판교 1·2 테크노밸리를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으므로 양주시가 중복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1점을 받았다. 예산 효율성 강화는 전 부서 및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효율적인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다. 추경예산 및 본예산 편성 시 공약 사업과 중요 사업에 우선 편성하고 기존 사업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타당성 등 재검토, 부진사업 및 추진 불가 사업에 대한 예산 조정 및 사업 정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 시장이 추진하는 공약을 위주로 예산을 편성하고 이전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은 중단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정이다. 예산 효율성의 개념 정의가 어렵고 객관적인 측정지표를 찾는 것도 불가능해 아전인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9점을 획득했다. 평생학습도시 지원 강화로 평생교육 기반 마련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증설과 학습공간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노인은 공부에 전념할 경제적 여유가 없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도 빈약한 편이다. 경상북도 칠곡군 할머니들이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우친 것은 아주 성공적인 사례에 속한다. 노인에게 단순한 레크리에이션을 넘는 평생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도 많지 않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5점을 받았다. 기산저수지 모노레일 유치는 농업용 저수지를 폐지한 후 2년 간 159억 원을 투자해 수상 모노레일을 건설하려는 사업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 저수지로 사용하고 있어 농지법상 위락시설인 모노레일 건설이 불가능하다. 저수에 모노레일을 설치해도 볼거리 부족 등으로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기 어렵다. 전국 수십 곳에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설치했지만 경제성을 확보한 곳은 드물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강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23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11점으로 달성률은 44.4%에 불과하다. 양주시의 도시계획이 부실하고 발전이 더딘 원인을 무사안일·복지부동에 천착된 행정에서 찾아야 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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