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20. 존경받지 못하는 140년 역사… 이젠 공동체 포용할 때
끽연권 vs 건강보호권 상충… ‘동전의 양면’ 딜레마 여전
김백건 기자
2022-03-31
끽연권 vs 건강보호권 상충… ‘동전의 양면’ 딜레마 여전
문어발 사업확장 전자담배까지… 30여개 계열사 ‘눈살’
익산 장점마을에 집단 암발병, 사회적 책임 잊은 흑역사

술·담배·마약 제조업체를 ‘죽음의 상인(merchant of death)’이라 부른다, 냉전 이후 데탕트로 인해 무기제조업들이 무기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중간상인을 활용해 분쟁국·지역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죄악세(Sin Tax)는 술·담배·복권·경마·설탕·대마로 확대되고 있다.

죄악세 대상인 담배는 건강을 위협해 사망률을 높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직접 흡연자의 추정 사망자는 5만8000명, 사회·경제적 비용은 12조원 이상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769만명에 달한다.

유럽 최대 연기금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사는 한국전력공사가 석탄발전을 유지하자 투자를 철회했다. 한전 자회사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은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케이티엔지(KT&G)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 데이터베이스(DB), 국가정보전략연구소 DB, 국정감사, 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를 적용해 KT&G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ESG 헌장 미 제정에도 추진 의지 높음… 정부 인사 입김 방어는 좋은 사례

KT&G는 최고경영자(CEO)를 평가하는 항목에 핵심평가지표(KPI)로 ESG 경영 체제 확립을 포함시킴으로서 전사적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ESG 경영 체계 확립 및 구체적 실행을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야 규범과 정책을 제정했다. 환경경영정책·인권경영정책·기업지배구조헌장 등 제도를 잘 구비하고 있으나 ESG 경영 헌장은 보이지 않는다.

윤리헌장은 국내·외 법규 준수, 투명·윤리 경영, 합리적 경영, 주주의 권익향상, 정당한 경쟁, 공정한 거래, 건전한 기업문화, 성실 및 정직한 행동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윤리규정 및 비윤리행위 신고자 보호지침 등에 관한 제도를 잘 정비했다.

2015년 기획재정부가 KT&G 사장 선임에 개입하면서 사기업 인사 불개입 원칙을 깨뜨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임명된 사장은 내실 있는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해 아직도 재임 중이다. 국내 대부분의 공기업이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로 경영부실이 심화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0년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와 관련해 처리한 회계가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했으며 이중장부 작성, 부실 실사가 드러났다.

2020년 건강보험공단은 KT&G를 상대로 500억대 담배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시민단체는 사법부의 건강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미국 사법부는 폐암환자에게 8000억달러의 징벌적 손해 배상, 주정부에게 228조원의 합의금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끽연권 보호보다 건강보호권 중시 필요… 구호보다 실질적 상생 경영 시급

KT&G는 의약품 및 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영진약품, 판상엽 제조기업 태아산업, 인삼류 및 인삼제품 제조·판매사 KGC인삼공사, 한약재 원료가공사 KGC예본,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 코스모코스와 KGC라이프앤진, 호텔사업의 상상스테이, 해외 자회사 등 30여개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전형적인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논란과 더불어 전자담배 사업 진출로 영세업자와 경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전라북도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으로 질타를 당했다.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으로 인한 발암 위험성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4500원(2015년 1월 2500원)인 담배값을 OECD 평균인 8000원으로 올리겠다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흡연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끽연권’과 ‘건강보호권’이 충돌하는데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2021년 KT&G는 자회사 KGC인삼공사와 KT&G장학재단과 함께 코로나 19 대응 의료진과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15억원 상당의 지원금과 물품을 전달했으며 임직원과 함께 조성한 상상펀드 중 3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해 상생경영을 펼쳤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ESG 경영 교육교재 및 교육에 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컴플라이언스팀이 준법경영원칙을 제정하고 실천하기 위한 교육,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사내 윤리교육은 어떤 주기, 누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임직원이 참여해 조성된 상상펀드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상상플래닛·상상유니브 등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케이티앤지(KT&G)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평가 결과


◇다양한 환경보호 노력 실천 중…거시적 관점 환경오염 예방 노력 필요

KT&G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20% 줄여 2050년에는 배출량 제로(0)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사업장에서 원료 생산·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 전체로 환경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2030년 용수 사용량을 2020년 대비 20% 절감, 2030년까지 폐기물 90%까지 재활용해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가이드라인과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권고안을 따를 방침이다.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K-EV100)’ 참가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업무용 차량 1200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

국내 1일 담배 생산량의 7%인 1억7200만개의 담배꽁초가 매일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물질로 만들어진 담배 필터는 수로·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1일 최대 0.7t이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어 오염된 수자원 복원 노력도 필요하다.

2019년 기준 흡연사망자 5.8만명, 사회경제적 비용 12조원 외에도 간접흡연으로 인한 세계 사망자 수는 연간 60만명, 이중 어린이 사망자 수는 연간 16만5000명에 이른다. 3차 간접흡연 영·유아에게는 치명적인데 호흡기·심혈관 질환, 각종 암 발생을 초래한다.

◇100년 기업 넘어 존경 받는 기업 고민 필요… 정부·지자체의 환경오염 해결 의지 중요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담뱃세 일부(국민건강증진부담금)를 흡연부스·재떨이 설치에 사용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해 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뉴질랜드는 ‘담배 없는 아오테이어러우어(뉴질랜드를 뜻하는 마오리어) 2025 액션 플랜’을 통해 2027년부터 청년층에 담배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ESG 경영에 대한 실행 가능한 행동지침이 부족한 것으로 제외하면 양호하다. 독립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해외사업의 부실도 해결해야 할 과제에 속하며 사법부의 우호적인 판단에 매몰되지 않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회(Social)는 주주나 임직원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흡연자·간접흡연자·지역주민·공동체까지 포용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1883년 설립된 국영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모체인 KT&G는 역사가 140년이나 된다. 100년 기업을 넘었으니 이제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이다,

환경(Environment)은 KT&G에게만 가혹하게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 담배 한 갑당 24.4원 부과된 폐기물 부담금을 정부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담배공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거둬들인 세금도 막대하지만 정작 정부가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해결 의지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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