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67. 新행정·유니콘펀드 구호만 거창… 실현 가능성 없어
모호한 4차 산업혁명 프로젝트, 방향성·구체성 없어, 찻잔 속 태풍 ‘메타버스 플랫폼’ 큰 성과 기대 어려워
민진규 대기자
2023-03-23
1971년 8월10일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에서 발생한 광주대단지사건은 서울특별시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이주한 시민의 생존 투쟁이었다. 박정희정부는 자급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세웠지만 10만 명에 달하는 철거민을 상수도·하수도와 같은 생활 인프라뿐 아니라 공장 하나 없는 산골짜기로 몰아넣었다.

시민의 요구로 1973년 경기도 성남출장소는 성남시로 승격됐고 1991년 분당신도시가 개발되며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0년대 초반 판교까지 개발이 진행되며 성남시는 상전벽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품도시 반열에 올랐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 난개발에 따른 갈등이 증폭되며 시정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떡을 만지면 떡고물이 묻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수십 년 동안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며 부정한 돈거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지역 정치인이 다수다. 6·1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시장은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이동

역대 민선 성남시장은 오성수·김병량·이대엽·이재명·은수미·신상진이다. 민선1기 시장 오성수는 내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으로 관선 성남시장·광명시장을 지냈다. 2기 김병량은 오성수와 동일하게 내무부에서 근무하며 관선 전라북도 이리시장·군산시장, 제주도 제주시장, 경기도 성남시장을 거치며 정치 기반을 쌓았다.

3·4기 이대엽은 영화배우 출신 정치인으로 11·12·13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후 14·15·16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5·6기 이재명은 변호사로 시민단체에 참여하며 인지도를 높여 시장에 당선됐다. 7기 경기도지사를 거쳐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7기 은수미는 양극화민생대책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희망서울·청년유니온 등 다양한 단체에서 경력을 쌓은 후 정치에 뛰어들었다.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8기 신상진은 의사로 보궐선거를 포함해 17·18·19·20대 국회의원(4선)을 지낸 정치인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신상진은 더불어민주당 배국환, 진보당 장지화와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신상진은 5대 공약으로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추진 △4통8달의 친환경 교통체계 확립 △판교 테크노밸리 확대 개발 △민생안정을 위한 지방세 감면 △살맛 나는 따뜻한 성남 만들기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 배국환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분당 종환원 추진, 원도심 주거환경혁신을 통한 성남 주거 문제 해결 △성남서울공항 이전해 미래첨단산업기지 건설 △판교 IT기업들과 성남형 미래교육 추진 등을 5대 공약으로 개발했지만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진보당 장지화는 △시정개혁위원회 설치 △시의원 개인 사무실·고위공직자 사무실 폐지 △성남시의 모든 행정 정보 공개 △인사권·감사권·예산권 시민참여 강화 △성남시의료원 원장·행정부원장 시민 직접 선출 등 10대 공약을 내걸었지만 양대 정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 경기도 성남시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과학기술 공약 6% vs 사회·문화 공약 72%

8기에 당선된 신 시장은 선거 공보물에 3대 전략·32개 공약과 지역별 공약 26, 7개 분야·36개 공약 등 94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공약은 △공정과 상식으로 신뢰받는 소통행정(15) △대한민국 4차 산업 특별도시(30) △창의적 문화로 선도하는 명품 그린도시(49) 등 5대 전략·148개 공약으로 조정했다.

국정연은 신 시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148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25)·경제(7)·사회(76)·문화(31)·과학기술(9)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51.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0.9% △정치 공약 16.9% △경제 공약 4.7%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6.1%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공정과 혁신으로 청렴한 도시, 성남 실현 △공정하고 효율적인 신행정체계 구축 △대한민국 4차 산업 특별도시 성남 육성 △4차 산업 거점도시 육성을 위한 조직정비 △시장 직속 상권활성화협의회 구성 △성남시 2050 탄소중립지원센터 설립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제4·5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추진 △5000억 원 규모의 판교 유니콘펀드 조성 △성남하이테크밸리 스마트 융·복합단지로 리뉴얼 △전통시장·골목상권·지하상가 등 상권 활성화 추진 △모란 상권 활성화 및 문화명소 조성 △지역 상품 우선구매 활성화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시민이 체감하는 스마트도시 조성 △재난대비 안전제도 마련, 시민 보호 강화 △스마트기술 기반 공공의료 서비스 제공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성남역 환승센터 건설 추진 △트램 1·2호선 건설 추진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산학관 협력 4차 산업 미래인재 양성 △잡월드 체험콘텐츠 활용 4차 산업 진로체험 추진 △4차 산업혁명시대, 청소년 디지털 역량 지원 △디지털 테마파크 조성 △백현마이스 개발사업 정상화 △문화예술자치도시 기반 구축 △성남 시민 미디어 크리에이터 양성 및 지원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블록체인·메타버스 특구 지정 및 관련 스타트업 집중 육성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 조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위례신도시 4차 산업 클러스터 조성 △6G 시범사업 도입 기반 구축 △중소제조기업 디지털전환 지원사업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 실천보다 선언적 의미 강한 공약 다수

신 시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3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민국 4차 산업 특별도시 성남 육성은 9억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초연결·초지능 기반의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따른 新산업 및 新성장 동력산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4차 산업혁명 기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4차 산업 특별도시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 특별도시를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남시 자체적으로 육성하기는 어렵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4차 산업혁명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성남시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33점을 획득했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특구 지정 및 관련 스타트업 집중 육성은 1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특구 지정 실행방안을 연구하고 특구추진 방침결재, 기본계획(안) 수립 및 실행계획 용역 실시, 중소벤처기업부 사전협의 및 특구 신청접수, 특구 지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실행 및 달성 계획이 전혀 없다. 부산광역시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운영 중이며 국내 블록체인산업의 규모가 작아 성남시에서 이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1억 원의 용역비로 방대한 범위의 연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19점을 받았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신행정체계 구축은 8900만 원의 시비를 투입해 조직·인사·감사·재정·출자·출연기관 등 시정 주요 분야에서 민관이 함께 개선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신행정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생겼으며 탈관료제를 지향하며 행동주의를 반대한다. 상명하복과 관행에 익숙해진 공무원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는지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공무원과 시민의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9점을 획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책 마련은 부서별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현황 점검을 통해 파악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과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공무원보다는 전문가의 자문과 컨설팅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7점을 받았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은 30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확정성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문화·관광·산업 등 시정을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제공하려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 개발이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의 선도 기술기업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개발이 미진하고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적으로 신 시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48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21점으로 달성률은 48.4%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과학기술 공약을 개발하는 등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공약이 많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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