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1000년 경기도, 정체성 없는 자치행정으론 균형발전 불가능(2)
민진규 대기자
2019-03-04
주민들은 지방정치에 무관심하고 애정이 없어 정당투표가 두드러져, 오래된 산업단지는 쇠퇴하는데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찾지못해


▲경기도청 전경(출처 : iNIS)

▶ 토박이보다 이주민 비중이 높아 사회통합은 불가능

사회 경기도 인구는 1300만명으로 인구 규모 면에서 보면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이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2017년 기준 경기도의 평균연령은 41.2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고령화 속도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화성, 오산, 수원, 시흥, 용인, 김포, 안산, 평택, 이천, 남양주, 하남, 광명, 광주, 안양, 고양 등 신도시 개발로 수도권의 30~40대가 대거 이주한 지역은 평균 연령이 낮다. 반면 부천, 의왕, 과천 등 도시 개발역사가 오래된 지역은 평균연령이 높은데 도시가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과 강력한 단속의지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을 사라지지 않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2018년 11월 김포시 농협조합장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건축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 직원들은 뇌물을 받고 학교 급식업체의 선정과정에 불법 관여해 처벌을 받았다.

특히 경기도는 서울 이탈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를 짓고 있어 신도시 건설, 도로확충 등 다양한 개발호재가 많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허가만 획득하면 수백 혹은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뇌물의 액수도 크지만 제공방법도 최첨단 지능수법이 동원된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공익제보 전담창구를 개설해 공직자 부패행위, 갑질행위 등을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안양시를 포함한 다수 기초자치단체는 2019년 1월 비리나 부정부패를 신고하는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를 보호하는 공무원 행동강령 규칙을 마련했다. 다양한 부패척결 조치가 나오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청렴행정의 수준은 낮다.

31개 시군 중에서 남부와 서부의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토박이보다 외지인이 더 많은 인구 구조로 인해 주민의 지역에 대한 애착도 낮다.

장기적으로 지역의 좋은 이미지나 정체성을 확립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개발이익을 추구하며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단기 경제적 필요에 따라 주거지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특성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낳았고, 지역 연고도 없는 정치인들이 편의상 무작위로 출마할 수 있는 ‘호구’지역으로 전락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애정보다는 과거 출신지에 따라가는 정당투표도 경기도의 특성 중 하나다. 지역주민과 정치인 모두 사회적 소양이 미약해 통합의 구심점이 없는 것도 출신지가 중시되는 이유이다. 

문화부흥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대표 상징물조차 없어

문화 경기도 의회는 2017년 경기도라는 이름이 생긴 1018년을 기념해 10월 18일을 ‘경기도민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천년을 이어온 경기, 대한민국 문화 중심으로 새천년 연다’는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10월 19일부터 21일부터 31개 시∙군의 문화단체와 협업해 ‘경기 아카이브-지금’이라는 문화축제를 개최했다. 문학 분야-쓰고, 시각예술 분야-그리고, 문화재 분야-홀리고, 사상 및 총서 분야-사랑하고, 공연 및 축제 분야-놀고, 기록자료 분야-모으고, 자연∙환경 분야-흐르고, ‘경기인’ 분야-살고 등을 모토로 진행했지만 정작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경기문화재단이 도민참여, 아카이브, 브랜딩 3가지 측면에서 진행한다고 주장했으며 ‘경기천년플랫폼’을 통해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아카이브(archive)는 기록 문화유산을 수집, 축적, 가공, 보존하는 저장고를 의미한다.

문화민주주의는 문화의 민주화 단계를 넘어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에 ‘보존하고 진흥해야 하는 문화유산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일반인이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을 열거해 보면 수원의 화성, 이천과 광주의 도자기, 여주 신륵사, 안성 남사당 풍물놀이 등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들 문화유산보다 고즈넉한 양평의 용문사, 남양주의 수종사를 더 좋아하지만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화성은 역사는 짧은 편이나 축성 기술이나 목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조선말 현명한 왕으로 평가받는 정조와 연관돼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매력은 없다. 난개발로 인해 남아 있는 성곽도 얼마 없다. 역사를 잘 모르는 어린이나 외국인에게는 동네 담벼락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천과 광주 지역이 조선시대 백자를 만들었던 장소이지만 1990년대 잠깐 호황을 누린 이후 ‘지리멸렬’해졌다. 도자기 전시관은 인적이 드물어졌고, 도자기를 팔던 상점들은 이천 쌀밥 집이라는 식당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여주 신륵사도 주변 풍광도 좋고 나름 역사적 의미는 있지만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유산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경기도는 두드러진 문화제나 축제도 많지 않다. 화성 정조대왕 능 행차도 퍼레이드 행사에 불과하고, 도자기 축제는 동네 잔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반 가정에서 식기나 찻잔으로 이천 도자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예술적 측면에서 이천 도자기를 소장하는 한국인이나 외국인도 찾기 어렵다. 2001년 도자기 엑스포를 개최했던 이천 도자기엑스포공원의 조각상도 어디를 가도 서 있는 수준의 조각상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이나 조형물은 특정하기 어렵고, 아예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도 모디 총리가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를 상징물로 판단해 방문을 요청했듯이 경기도의 상징물은 광교 신도시에 건설하고 있는 경기도청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한 산업도 한계에 봉착해

기술 경기도는 산업화 과정 속에서 서울에 위치해 있던 공장들이 규제로 인해 퇴출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단 지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공단은 안산의 반월공단, 판교의 테크노밸리 등이다. 수원과 기흥에 펼쳐진 삼성 전자단지, 파주의 LG디스플레이, 이천의 SK하이닉스도 경기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두천의 피혁단지, 남양주 가구단지,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토지가격, 환경오염 규제, 신도시 개발 등으로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에 집중된 공장들은 노동집약적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안산공단의 중소기업의 운명도 마찬가지이며 불 꺼진 공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경기도에 자리를 잡은 공장은 대부분 본업인 사업보다는 토지가격 상승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지난 30년간 사례를 보면 도시 변두리나 산자락에 땅을 확보해 공장을 짓고 운영하다 보면 머지 않아 도로가 확장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땅 가격은 수십 배씩 올랐다. 공장부지를 팔고 또 다른 개발 호재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도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오염물질 배출에 의존하는 제조공장보다는 첨단 기술과 친환경적 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마땅한 아이템을 찾지 못한 것도 경기도의 현실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한 것이 유일한 성공사례이기는 하지만 땅 투기세력의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장래가 우려된다. 기업을 유치하기 보다는 아파트 개발이 쉽고 성과를 내세우기 좋은 것도 자치단체장들이 신도시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경기도는 서울 소재 일부 대학들의 분교가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국내의 우수 인재를 유인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한 이들 분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서울에 위치한 기업에 입사하려는 꿈을 품고 있어 지역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울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대기업만 예외이다.

경기도 경제의 심장과 같았던 반월공단도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가동하기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 사람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며 기술개발을 게을리한 기업의 책임도 크다.

일본의 기업들은 1990년대초 거품경제가 꺼지고 한국, 대만, 홍콩 등 소위 말하는 아시아의 4마리 용이 저렴한 인건비로 추격하자 기술개발에 전념해 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소기업조차도 초일류 기술을 확보해 청년층에게 원하는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 제조강국이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경제유발 효과는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반도체는 중국과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일부 장비업체를 제외하고는 연관된 기업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판교에 위치한 ICT기업도 일부 상위권 게임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어 미래성장 잠재력은 낮은 편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자율주행자동차(Self Driving Car), 드론(Drone), 바이오기술(Biotechnology) 등에 대한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기도의 과학기술정책은 뒤쳐져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외에는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단도 없다. 화성에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놀이공원에 불과해 기술이전효과는 제한적인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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